잇따른 발전소 가동 중단으로 동절기 전력 수급에 초비상이 걸렸지만 민간은 물론, 공공기관까지도 사태의 심각성과 절박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정부의 동절기 에너지 사용 제한 집중 단속을 하루 앞둔 14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 S커피숍. 환한 대낮인데도 가게 밖 조명등 6개엔 불이 들어와 있었다. 30m 떨어진 식당 외부에도 조명등 6개가, 이 식당에서 20m 떨어진 유명 커피숍 프랜차이즈에도 외부 장식등 6개의 불이 켜져 있는 등 전력을 물 버리듯 하고 있었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S커피숍 인근 식당은 한낮에도 가게 입구와 측면에 네온사인 조명 2개를 켜고 있었다.
오후 5시가 넘어가자 네온사인이 도심 곳곳을 밝히기 시작했다. 그러나 식당과 커피숍 등 상가 주인들은 단속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서비스 업소들의 경우 전력 피크타임인 오후 5∼7시엔 네온사인을 켜지 못하고 그 외 시간대에는 1개만 켜도록 한 정부지침에 대해 한 식당 주인은 "지금부터 손님이 몰리는 데 네온사인을 켜지 말라니 장사를 그만두라는 소리냐"고 따졌다.
난방 전력 낭비는 말할 것도 없었다. 바깥 온도가 5도를 웃돌았던 이날 낮 12시 40분 중구 명동 8층짜리 건물. 1층 화장품 가게 직원 2명은 반팔을 입은 채 손님을 맞고 있었다. 실내 온도가 23도를 가리키고 공기순환도 잘 되지 않으니 그럴 만도 했다. 지식경제부가 중대형 건물의 실내 난방온도를 20도 이하로 낮추도록 했지만 지키는 곳은 거의 없었다. 강남의 한 백화점의 경우 3, 4층 여성복 매장 22도, 7층 가전가구매장 23도, 8층 아동의류매장 24도에 달했다.
심지어 어느 누구보다 절전에 앞장서야 할 한국전력 본사의 1층 로비도 한국일보가 직접 실내온도를 재 본 결과 21.5도로 공공기관 건물 기준치(18도)보다 3도 이상 웃돌았다. 서울시교육청의 실내 온도도 마찬가지로 21.5도였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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