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전력난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원자력발전소가 잇따른 고장으로 멈춰서면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는 매번 만반의 준비를 다짐하지만 정확한 고장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재가동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한국수력원자력은 13일과 14일 이틀 연속 원전이 멈춰섰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국산화가 상당히 진행됐다고는 하지만 원전의 핵심기술과 부품을 해외에 의존하기 때문에, 발전소가 멈춰서도 신속한 원인추적이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9월 계획예방정비 과정에서 증기발생기 내 전열관의 파손 정도가 심각하다는 점을 확인, 내년 4월 말까지 가동을 연기한 울진원전4호기의 경우 한수원 측은 "전열관을 납품한 외국기업에 샘플을 보내서 그 결과를 받아봐야 파손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국민 필수재인 전기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데, 즉각 대처는커녕 제품 샘플을 외국으로 보내고 결과 기다리고 수리하는 데 며칠이 걸릴지도 모르는 주먹구구식 관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원전이 고장으로 가동이 중단된 사례는 2001년 이후에만 총 102건이나 된다. 정비 실수나 기계 결함, 원전연료 손상 등 원인은 다양하다. 2002년 4월에는 원전 정비를 위해 발전기 가동을 중단하던 중 전열관이 깨지는 사고로 13분간 45톤의 냉각수가 누출돼 백색경보(1등급 사고)가 발령되기도 했다.
지난 3월 일본 대지진으로 원전에 대한 우려가 증폭된 올해에도 고장에 따른 가동 중단은 일곱 차례나 된다. 2007년부터 수명을 연장해 재가동에 들어간 고리1호기의 경우 일본 대지진 직후인 지난 4월 전원계통에 이상이 생겨 멈춰서기도 했고, 비슷한 시기에 고리3ㆍ4호기는 전기계통에 이상이 생겼다.
특히 고리1호기의 고장은 노후 원전의 재가동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1977년부터 가동을 시작한 고리1호기는 설계수명 30년을 채운 직후 원자로는 그대로 두고 증기발생기와 발전기를 교체한 뒤 2007년부터 10년간 재가동에 들어갔다. 그런데 지금까지 발생한 원전 사고 646건 중 128건이 고리1호기에서 발생했다. 이 때문에 고리1호기 재가동을 두고 시민ㆍ환경단체와 지방의회가 일제히 반발했다.
한수원 측은 "세계 각국이 원전 건설 비용 등을 감안해 수명 연장을 택하고 있다"면서 "물론 성능시험 결과에서 기준에 적합하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에 재가동에 들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가동을 완전히 멈춘 원전의 평균수명이 22년이라는 점에서 노후 원전의 재가동을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70~80년대부터 가동을 시작한 원전 대부분의 설계수명이 2020년 전에 끝날 예정이어서 원전에 대한 전력의존도를 현재의 35%에서 50%대로 높이겠다는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심각한 사회적 갈등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시민단체인 에너지정의행동 관계자는 "노후 원전의 수명연장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방사성환경영향평가 보고서 등을 공개하지 않는 등 투명성에 적잖은 문제가 있었다"면서 "본질적으로는 원전 의존도를 줄여가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원전 관리를 한수원이 독점하고 있는 현재의 구조가 잦은 고장의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최근에만 해도 고리2호기의 터빈밸브 작동기 등의 납품과정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검찰이 한수원 간부를 구속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공사 발주 과정에서 리베이트를 받은 직원들이 처벌되기도 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