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가더라도 끝까지 함께 갑시다. 할머니 사랑합니다."
14일 오전 11시30분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 1,000번째 수요시위의 사회를 맡은 배우 권해효(46)는 현장을 찾은 1,000여명의 시민들에게 시종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지속적인 관심과 동참을 호소했다.
권해효는 "오늘이 기쁜 날인지, 슬픈 날인지, 좋은 날인지, 답답한 날인지 사실 잘 모르겠다"는 말로 운을 뗐다. 이어 "분명한 건 부끄러운 역사를 물려주지 않기 위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할머니들께서 20년을 보낸 이 자리가 뜨겁다는 것"이라며 "이 자리에 서니 '죽을 때까지 싸우겠다. 한 사람이 남을 때까지 싸우겠다'던 위안부 피해자 고 강덕경 할머니의 말씀이 특히 생각난다"고 했다. 정부에 등록된 234명의 위안부 피해자 중 생존자는 63명. 올해에만 16명이 세상을 떠났다.
호주제 폐지부터 반값등록금 시행 촉구까지 굵직한 사회 이슈에 대한 뚜렷한 소신 발언으로'소셜테이너'로 분류되는 권해효는 이날도 거침이 없었다. "오늘은 '정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인간에게 저지른 범죄'에 대해 말하는 자리입니다. 일본 정부의 법적 배상과 공식사죄를 꼭 이끌어내서 다음주에는 이 수요시위를 하지 않게 되길 바랍니다."
변영주 감독의 영화 '낮은 목소리'를 보고 위안부 피해자들의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으로 알려진 권해효는 지난 달 4일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다 태국에서 사망한 고 노수복 할머니의 추모제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날 수요시위엔 그가 공동 대표로 있는 재일 조선학교 지원 단체 '몽당연필'이 연대단체로 참여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