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당내 쇄신파 의원들의 14일 회동을 사실상 주선한 사람은 황우여 원내대표였다. 이에 "홍준표 대표의 사퇴 이후 현재 당 서열 1위인 황 원내대표가 박 전 대표의 메신저 또는 비서실장이냐"는 뒷말이 나왔다.
황 원내대표는 전날 저녁 박 전 대표와의 전화 통화에서 일부 의원의 탈당 선언을 비롯한 의원총회 경과를 설명했다. 황 원내대표는 "쇄신파를 직접 만나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고, 박 전 대표는 이를 수락했다. 황 원내대표는 이런 통화 내용을 쇄신파에 전달해 결국 양측 회동이 성사됐다.
지난 5월 대표 권한대행이었던 황 원내대표는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박 전 대표와 비밀리에 만난 뒤 수첩에 일일이 적은 박 전 대표의 발언을 직접 브리핑해 "박 전 대표의 대변인이냐"는 비판을 받았다. 황 원내대표가 잇따라 박 전 대표의 뜻을 대신 전하자 "당 대표 역할을 해야 하는 당직자가 격에 맞지 않는 일을 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들이 나왔다. 물론 일부에선 "황 원내대표가 당의 분열을 막기 위해 정치력을 발휘했다"고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한편 박 전 대표는 친박계 이정현 의원의 '대변인 격' 역할과 이학재 의원의 '비서실장 격' 역할을 조만간 없앨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가 그간 '~격'이라는 비공식 직함이 붙은 의원들을 곁에 두고 자신을 수행하게 하거나, 발언을 대신 전달하게 하는 것을 놓고 "권위적이라는 인상을 준다" 는 비판적 시각이 적지 않았다.
박 전 대표는 이 의원들의 역할을 자연스럽게 줄여 나가다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게 되면 공식 비서실장과 대변인을 임명해 임무 교대를 하게 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정현 의원도 최근 "대변인 역할을 내려 놓고 광주로 내려가 총선에 출마하기 위한 준비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측근들에게 전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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