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경찰이 발표했던 디도스 공격 사건 수사결과가 불과 닷새 만인 14일 뒤집히자 경찰 안팎에선 비난이 빗발쳤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두들겨 맞는 형국인데 수뇌부를 어떻게 믿고 따라야 하나."(경찰 관계자) "이렇게 생각이 짧아서야. 경찰한테 정말 수사권 줘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한나라당 모 의원실 관계자)
경찰이 핵심 참고인이던 박희태 국회의장 전 비서 김모(30)씨와 최구식 의원 비서 공모(27ㆍ구속)씨, IT업체 K사 대표 강모(25)씨 조사 과정에서 이들의 1억원 돈거래를 파악하고도 수사결과 발표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대가성을 확인하지 못해서"라는 게 경찰의 해명이지만 축소은폐 논란을 부르며 불신을 자초한 경찰 수뇌부에 대한 비난도 빗발치고 있다.
해명할 기회가 경찰에겐 있었다. 경찰은 9일 사건 송치 전에 김씨, 공씨, 강씨 간 1억원 거래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들의 진술뿐이었고, 불법 금전거래라는 점은 캐내지 못했다. 거래 내역은 12일에야 확인됐다. 따라서 사건 송치 직전 기자회견에서 "금전 거래 진술이 나왔지만 대가성 여부는 추가로 확인해 보겠다"는 정도의 언급만 했어도 뭇매는 피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경찰은 그 전 수사 과정에서도 청와대 행정관, 한나라당 의원실 비서 등에 대한 조사 사실을 밝히지 않아 정치권ㆍ권력 눈치보기라는 비판을 이미 받았다.
경찰청 관계자는 "수사 기간이 촉박했고 9일 발표 당시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섣불리 발표하는 데는 부담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 내부에서도 지나친 정치권 눈치 보기 행태가 빚은 화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경찰 내부망에는 "절대로 벌어지지 말아야 할 일이 벌어졌다"며 "이런 경찰의 수사 결과를 누가 신뢰하겠냐"고 꼬집는 글이 올라왔다.
문제는 검찰 수사에서 더 많은 사실이 밝혀질 경우 경찰이 맞을 후폭풍이다. 경찰이 밝혀 내지 못한 이번 사건의 배후, 윗선 의혹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날 경우 조현오 경찰청장 등 수뇌부 퇴진론은 물론,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여론 악화도 감수해야 할 상황이다.
한나라당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국민적 관심이 높아 감시의 눈이 많을수록 외압 가능성이 낮은데, 경찰은 정치권 눈치를 보느라 직접 수사를 해 놓고도 공은 검찰에 돌리고 매만 맞는 격"이라며 "이런 경찰에게 수사권을 줘도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