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쇄신파가 14일 회동을 갖고 재창당을 뛰어넘는 당의 변화를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이들은 또 정책 쇄신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한 뒤 당명을 바꾸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뜻을 모았다. 박 전 대표와 남경필 의원 등 쇄신파 7명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고 쇄신파 의원들이 전했다.
이 같은 회동 결과에 따라 정태근 김성식 의원의 탈당 사태까지 불러온 한나라당 재창당 논란이 수면 아래로 잦아들지 주목된다. 박 전 대표는 이르면 내주 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내년 4월 총선까지 위기의 여당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동에서 합의한 대목은 세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우선 논란이 됐던 재창당과 관련, 박 전 대표는 "변화도 없이 당을 새로 만들면 국민이 눈속임으로 생각한다"며 "뼛속까지 바꾸는 쇄신을 하려면 4개월로도 부족하며, 이를 실제로 해내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박 전 대표는 "이를 통해 국민 신뢰를 얻어내면 국민들이 당명을 바꾸는 것을 이해할 것이며 그 상황에 가면 당명 바꾸는 것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쇄신파들은 "우리가 요구한 쇄신은 인물ㆍ정책 쇄신과 당명을 바꾸는 것이었는데 내용과 당명을 바꾼다면 재창당으로 볼 수 있다"고 화답했다.
내년 4월 총선 공천과 관련해 박 전 대표는 "어떤 사람이나 몇몇 사람이 공천권을 갖는 것은 구시대적 방식"이라며 "대한민국 정당사에서 가장 모범적인 공천 사례를 만들어 내겠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인재를 영입하는 과정에 희생도 있겠지만 그래야만 국민이 한나라당의 변화를 믿어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쇄신파 의원들은 "비상대책위가 쇄신도 못 이뤄내고 공천권을 둘러싼 권력투쟁으로 치달을까 걱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쇄신파 의원들이 "박 전 대표가 탈당한 김성식 정태근을 만나 탈당 철회를 위해 인간적으로 노력해 달라"고 부탁하자 박 전 대표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박 전 대표는 소통에 나서는 차원에서 15일 오전 예정된 의원총회에 참석하기로 했다.
1시간 20분간 진행된 이날 회동으로 양 측의 갈등은 일단 봉합됐다. 회의실 밖으로 간간이 웃음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특히 회동에서 쇄신파 의원들이 "박 전 대표께서 비대위원장을 맡아 주셔야 한다"고 거듭 요청하자, 박 전 대표가 정색한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여러분 하는 것 봐서요. 그러니까 제 마음 바뀌기 전에 잘 하세요"라고 말해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박 전 대표는 회동 직후 "만족스러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충분히 얘기를 나눴다"고 답했다. 황영철 의원도 브리핑을 통해 "쇄신파 의원들은 박 전 대표와 우리의 의견이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날 회동에는 쇄신파에서 남 의원 외에 임해규 황영철 구상찬 김세연 주광덕 권영진 의원 등이 참석했다. 대다수가 친박 성향이 강한 쇄신파 의원들이다. 앞서 박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차려진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자리에서 '불통 정치라는 일각의 비판이 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비대위 등으로 논란이 벌어지는 기간에 연락하고 만나면 꼭 (안을) 제시하는 것 같이 보이고 오해를 받을 수도 있어 자제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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