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이 '앞으로 남고 뒤로 새는 헛장사'끝에 삼성화재에 2-3(25-22 25-20 16-25 17-25 10-15)으로 무너졌다.
현대캐피탈은 14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삼성화재와의 3라운드 경기에서 1,2세트를 먼저 따내고도 내리 3세트를 내줘 역전패 했다.
삼성화재는 이로써 12승1패 승점 32점으로 압도적인 1위를 지켰고, 현대캐피탈은 다 잡은 대어를 놓쳤지만 승점 1점을 보태(22점), 5위에서 4위로 한 계단 오르는데 만족해야 했다. 현대캐피탈은 득점에서 78-72로 앞섰지만 범실 35-15, 블로킹 4-10에서 보듯 내용면에서도 참패에 가까웠다.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경기 후 "우리가 잘해서 이긴 게 아니라 상대가 범실을 남발해 챙긴 승점"이라며 "특히 박철우의 서브가 살아난 것이 역전승의 발판이 됐다"고 말했다.
삼성화재 가빈은 40득점으로 양팀 통틀어 최다득점을 올려 역전승의 일등공신에 이름을 올렸고 박철우가 17득점으로 뒤를 이었다. 현대캐피탈은 수니아스(26점)와 문성민(22점)이 48점을 합작, 쌍포의 위력을 뽐냈으나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전통의 라이벌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의 올 시즌 세 번째 대결. 앞선 두 차례 대결에선 1승1패였다. 라이벌이라고 하지만 삼성화재는 1위, 현대캐피탈은 이전까지 5위에 그쳤다. 그러나 아마추어 초청팀 상무신협을 제외하면 프로 6개팀 중 꼴찌에서 두 번째다. 이대로라면 현대캐피탈은 4강이 진출하는 플레이오프 진출도 장담하기 어렵다. 배구 명가라는 이름값에도 턱없이 못 미치는 성적이다. 그러나 현대캐피탈은 올 시즌 삼성화재를 꺾은 유일한 팀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이들 양팀의 경기는 눈에 보이는 순위싸움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자존심 대결로 봐야 한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승부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세진 KBSN 해설위원은 "한국을 대표하는 두 재벌이 배구공을 놓고 벌인 전쟁"이라고 표현했다.
재벌가 대리전답게 현대캐피탈은 선두 삼성화재에 전혀 기죽지 않고 1세트 시작과 함께 문성민과 수니아스의 공격이 불을 뿜으면서 3-0 기분 좋은 출발을 보였다. 별다른 접전도 없이 1세트를 가져온 현대캐피탈은 2세트에서도 고삐를 늦추지 않고 삼성화재를 밀어붙여 낙승을 거뒀다.
현대캐피탈의 악몽은 3세트부터 시작됐다. 삼성화재 박철우의 공격이 살아나기 시작한 것. 박철우는 12-9로 앞선 가운데 내리 4득점을 꽂아 넣어 상대의 추격의지에 찬물을 끼얹고 15-9로 점수차를 벌려 승기를 잡았다. 4세트에선 고희진이 날개를 달았다. 삼성화재는 7-6에서 고희진의 블로킹 2개가 잇따라 적중하면서 9-6으로 앞서나가 결국 세트스코어 2-2 균형을 맞췄다.
운명의 5세트에서 삼성화재는 예의 탄탄한 조직력과 서브리시브를 바탕으로 현대캐피탈을 10점에서 묶고 마침표를 찍었다. 하종화 현대캐피탈 감독은 "수비와 블로킹싸움에서 밀린것이 패인이었다"고 말했다.
대전=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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