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이 역대 최대인 1,300억원 규모의 현금 중간배당을 실시한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을 상대로 배당자제를 거듭 권고하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결정인 데다, 이익 규모가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배당을 서두르는 모양새여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또 만일 배당금이 미국 씨티그룹으로 넘어간다면 외환은행에 이어 외국자본 소유 은행들의 국부 유출 논란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7일 이사회를 열어 23일을 기준으로 1,299억6,800만원의 현금배당을 결의했다. 배당금은 27일 주주총회 직후 씨티은행 주식 전량을 보유한 한국씨티금융지주에 모두 지급된다. 현재 씨티금융의 지분 99.9%는 미국 씨티그룹이 보유하고 있다.
이번 배당은 2004년 씨티은행 출범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씨티은행이 미 씨티그룹에 팔린 뒤 6년여 간 현금배당으로 지급된 3,500억원의 40%에 육박한다. 결산배당을 불과 서너 달 앞두고 실시된다는 점도 이례적이다. 올 4월 씨티은행은 지난해 실적을 근거로 1,002억900만원의 현금 결산배당을 실시한 바 있다. 올해는 작년보다 배당을 넉 달여 앞당겨 하는 셈이다.
더욱이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은행권에 고액 배당을 자제하고 내부 유보금을 늘리라고 앞다퉈 주문하고 있는 와중에 이를 외면한 채 최대 규모 배당을 하겠다고 나서 "역시 외국계은행이 대담하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금융권 일각에선 미 씨티그룹이 최근 유럽발(發) 재정위기로 현금 흐름이 나빠지자 각국 자회사를 쥐어짜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된다. 한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위기감을 느낀 미 씨티그룹이 현금 유동성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긴급 지원 요청을 하지 않았겠냐"고 말했다.
씨티금융은 올해 초 미 씨티그룹에 799억700만원을 현금배당으로 지급했는데 당시 배당성향(배당금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값)은 37.4%에 달했다. 최근 5년간 7대 시중은행의 배당성향 32.5%에 비해 5%포인트 가까이 높은 수치였다.
씨티은행 측은 "상법상 적법 절차에 따른 정상적 중간배당이며 미 씨티그룹에 얼마를 배당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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