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에 위안부 강제 동원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며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수요시위'가 14일로 꼭 1,000회를 맞는다. 1992년 1월 8일 첫 시위 후 20년 만이다.
평소처럼 낮 12시 일본대사관 앞에서 진행될 예정인 1,000회 시위가 특별히 주목을 받는 것은 평화비 제막식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시위를 주최해 온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20년 수요 시위 역사를 마음에 새기고 후손에게 남겨주겠다"며 올 초부터 평화비 제작과 설치를 준비해왔다. 위안부로 끌려갈 당시 10대 소녀의 모습을 형상화한 높이 130㎝의 비로 할머니들이 항상 시위하던 장소에 설치할 예정이다.
하지만 평화비가 놓일 곳이 일본대사관 정문에서 불과 15m가량 떨어진 건너편 인도이다 보니 일본이 반발하고 관계기관도 소극적으로 돌아서 제막식이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우려도 적지 않다.
정대협에 따르면 올 초 관할 구청인 종로구청은 정대협의 평화비 건립 협조요청에 적극적으로 협의에 임해왔다. 여성가족부도 협조를 구하기도 해 종로구청은 "제막식 전까지 가능 여부를 알려주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후지무라 오사무(藤村修) 일본 관방장관이 지난 8일 "평화비 설치가 한일 외교에 부정적인 영향을 줘선 안 된다"며 "비 설치를 중단시켜 달라고 한국 정부에 요청했다"고 밝히는 등 외교 마찰 우려가 일자 구청은 정대협과의 협의를 꺼리는 등 소극적으로 돌아섰다. 구청 관계자는 13일 "기념비는 도로점유허가 대상이 아닌 만큼 우리 소관사항이 아니다"면서도 "평화비 설치 자체를 제지하지는 않겠지만 그 자리에 둘지는 향후 법률 검토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경찰 측은 "일본대사관 및 구청과 협의해 입장을 정하겠다"는 입장이나 곤혹스러워하긴 마찬가지다.
정대협은 예정대로 평화비 제막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정대협 관계자는 "외교문제가 불거질까 봐 구청이 결정을 미루고 있지만 우리는 시민들과 함께 평화비를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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