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친박계와 쇄신파가 '재창당 수준의 쇄신' '신당 수준의 재창당'을 두고 13일 의원총회에서 또 다시 격돌했다.
쇄신파는 의총 전부터 "재창당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이대로 갈 수 없다"면서 공공연하게 탈당 의사를 내비치는 등 친박계를 압박했다. 그러나 전날 소극적이었던 친박계는 의총이 시작되자마자 재창당을 주장하는 쇄신파를 겨냥해 본격적인 반격을 가했다.
친박계 서병수 의원 등은 발언대에 올라 "박근혜 전 대표가 자기 손으로 한나라당을 일궜는데 이명박 대통령을 내몰고 당을 해체하는 악역을 하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재창당 주장에는 숨은 복선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윤상현 의원은 "당을 해체하자는데, 비상대책위가 철거 용역업체이고 박 전 대표가 철거 용역업체 사장이냐"면서 "박 전 대표를 신당 개혁 이벤트 모델로 쓰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중립 성향인 조전혁 의원도 쇄신파 의원들의 탈당설을 겨냥해 "탈당은 안 된다. 탈당하는 X들은 내가 패버릴 것"이라면서 "당이 힘들어 '마담'보고 나오라고 했으면 믿고 맡겨야 한다"고 직격탄을 쏘았다.
친박계 의원들이 쇄신파를 비난하는 발언을 쏟아냄에 따라 쇄신파의 재창당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박 전 대표의 지침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의총 초반 발언자 16명 중 14명이 '재창당 문제가 비대위 기구의 전제 조건이 되어선 안 된다'고 주장하는 등 전날 33명중 21명이 재창당을 요구했던 것에 비하면 전혀 다른 상황이 벌어졌다.
이날 의총에서는 재창당 주장에 대한 음모론도 제기됐다. 친박계 이성헌 의원은 "내일 청와대에서는 법륜스님이 토크 콘서트를 한다는데, 바깥에서 당을 만들기 위해 준비하는 사람을 왜 부르냐"라고 말했다.
쇄신파 의원들은 전날 의총에서 황우여 원내대표가 "박 전 대표에게 의총 내용을 전달하겠다"고 말한 것을 두고 "원내대표가 일개 의원에게 무슨 보고냐"고 박 전 대표를 겨냥하기도 했다.
정두언 의원은 '재창당 불가' 의견이 상대적으로 많이 나오자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어제 자유 의총에선 재창당이 대세, 오늘 계획 의총에선 재창당 불가가 다수. 이래서 재창당을 하자는 것"이라고 친박계를 비꼬았다.
169명 중 138명이 참석한 이날 의총은 정태근 의원 등의 탈당 선언 이후에 황 원내대표의 정회 선포로 4시간여 만에 중단됐다.
하지만 친박계의 '탈당 폄하' 발언을 두고 여진이 이어졌다. 원희룡 의원은 의총 직후 "친박계 의원 5명 정도가 (쇄신파를) 모독하는 수준의 발언을 했다"고 비판했다. "탈당까지 하겠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하려면 하라"고 말한 황진하 의원 등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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