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침범해 불법조업하는 중국 어선의 수는 가늠조차 불가능하다. 해경은 적게는 수만 척에서 많게는 10만여 척에 달할 것으로 보지만 그 수가 날로 늘어나고 있어 정확한 통계조차 없다.
반면 불법조업을 단속해야 할 해경이 동ㆍ서ㆍ남해에 보유한 함정은 290척에 불과하다. 이 중 외해로 나갈 수 없는 100톤 이하 소형함정 130척과 방제정 예인정 소방정 등 92척을 빼면 단속에 투입할 수 있는 250톤 이상 함정은 채 70척이 되지 않는다. 그 중 단속에 효과적인 1,000톤 이상 대형 함정은 29척에 그친다.
해경 살인사건이 발생한 인천해경 관할 해역만 봐도 대형 함정은 3척뿐이다. 2척씩 투입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실제 어선을 단속하는 고속단정은 드넓은 바다에 3, 4정이 배치되는 것이다. 중국 어선 입장에서는 몇 척 안 되는 해경 함정만 피하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노출되는 셈이다.
고 이청호 경장 순직에서도 확인됐듯 방검복 등 안전장구도 단속반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2001년 6월 한중 어업협정 발효 이후 불법조업 중국 어선 단속 중 발생한 해경 사상자는 사망 2명을 포함해 50명에 이르며, 특히 2006년 이후 급증했다. 루원위호 단속에 투입된 인천해경 강희수(29) 순경은 "방검복의 옆구리가 틔어 있어 이 경장처럼 흉기에 찔릴 수 있다"며 "장비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경이 이번 사건 후 불법조업 어선 접근 단계부터 적극적인 총기 사용을 검토한다고 밝혔지만 실효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2008년의 경우 중국 어선 단속시 공포탄 11발과 실탄 642발이 사용됐지만 위협사격 수준이었다. 중국 선원들도 우리 해경이 선원에게 직접 총을 쏘지 못한다는 것을 간파한 실정이다.
선원에 대한 조준사격은 지난 3월 충남 태안군 격렬비열도 해역에서 중국 어선 2척을 나포하는 과정에서의 사격이 유일하다. 해경은 당시 단속반이 중국 선원이 휘두른 해머에 맞아 중상을 입자 선원의 다리에 총을 쏴 검거했다.
파도 치는 해상에서 고속단정에 탄 채로 조준사격을 한다는 것도 매우 어렵다. 해경의 불법조업 어선 단속 매뉴얼 상 계속 저항하면 공중에 권총 1발을 쏜 뒤 대퇴부 아래 하체에 실탄을 쏴서 제압할 수 있지만 루원위호 단속 과정에서도 총기는 사용되지 않았다. 단속에 나섰던 박성주(30) 순경은 "매뉴얼에 따라 총기를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너무 어두웠고, 파도가 쳐서 사용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김창훈기자 chkim@hk.co.kr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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