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승객이 하차하지 못했다고 항의한다는 이유로 서울 지하철 7호선 전동차가 출발했던 역으로 역주행 했던 것과 관련, 운행 매뉴얼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도시철도공사 의 '운전취급규정' 24조에 따르면 전동차가 역행운전, 즉 역주행할 수 있는 사유는 ▦열차나 선로에 고장이 있을 때 ▦공사열차, 구원열차 또는 시운전열차를 운전할 때 ▦차량을 결합ㆍ해체하는 경우 ▦승객 취급 열차가 정차위치를 지나 정차했을 때 정차위치까지 ▦기타 특수한 사유가 있을 때 5가지다.
도시철도공사 측은 승객의 항의로 역주행 한 것은 규정 네 번째 조항인 '승객이 탄 열차가 정차위치를 지나 정차했을 때 정차위치까지 역주행 할 수 있다'에 해당하며 매뉴얼에 따라 운행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는 열차가 정차 위치를 수십㎝나 수m 정도 벗어났을 때 해당되는 것이지, 이 전동차처럼 정차위치를 170m나 떨어진 상황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도시철도공사 한 직원은 "역주행 문제가 불거지니까 매뉴얼대로 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번 역주행을 적용할만한 규정이 없다"면서 "승객 항의가 있으면 매번 엄청난 거리를 역주행 할 것이냐"고 비판했다.
또 전동차를 운행했던 기관사 정모(38)씨는 지난달 지하철 역에서 정차하지 않고 그냥 지나치는 '열차 통과' 사고로 지난 주에 '경고' 조치를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도시철도공사 노조 관계자는 "성과급제인 도시철도공사 직원들은 징계에 매우 예민할 수밖에 없는데, 정씨가 징계를 받았던 상황이라 승객 민원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했고, 퇴행운전이라는 극단적인 사태까지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나친 성과주의와 업무부담이 어이없는 사고의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서울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의 경우 전동차 앞쪽에 탄 기관사는 운전을, 뒤에 탄 기관사는 승객 출입을 담당하지만 5~8호선을 운영하는 도시철도공사는 단 1명의 기관사가 혼자 운전과 승객 출입까지 담당한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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