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지르르하고 화려해만 좋은 디자인은 아닙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처럼 단순하면서도 완벽한 균형 감각을 지닌 그래서 사람들이 늘 찾아가서 보고 싶어하는 그런 디자인이 훌륭한 디자인입니다"
'20세기 최고의 자동차 디자이너'로 꼽히는 이탈리아 출신 조르제토 주지아로(73ㆍ사진) 이탈 디자인 대표는 12일 한국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의 디자인 철학을 피라미드에 비유했다. 그는 이날 열린 48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무역 1조 달러 달성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특별공로상을 받았다.
17세 나이에 피아트에 입사, 자동차와 인연을 맺은 그는 55년 넘게 디자이너로 일하며 폴크스바겐 골프, 로터스 에스프리를 비롯해 마세라티, 피아트, 페라리 등 숱한 히트작을 남겼다. 1999년에는 전 세계 자동차 전문가들이 선정한 20세기 최고의 자동차 디자이너에 뽑혔다.
한국과 인연도 각별했다. 1974년 한국의 첫 자체 개발 차인 '포니'의 디자인을 맡은 것을 시작으로 대우자동차의 여러 차종을 비롯해 최근 쌍용차의 코란도 C까지 숱한 차가 그의 손을 거쳤다.
그가 포니 디자인을 맡게 된 건 당시 현대자동차일 이끌었던 고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권유 때문. 그는 고 정세영 회장에 대해 "그나 나나 자동차 일을 시작하는 단계여서 솔직하게 모든 것을 얘기할 수 있었다"며 "이것저것 계산하지 않고 정직하게 일을 추진하려는 점에 매력을 느껴 오랫동안 협력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한국이 세계 4대 자동차 강국에 오를 것이라고는 나 조차도 상상을 할 수 없었다"면서 "품질, 내구성, 디자인 등 모든 면이 발전해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한국의 협력자가 아니다. 지난해 자신의 회사 지분을 10%만 남기고 나머지는 폴크스바겐에 넘긴 것.
그는 "글로벌 메이커들이 현대기아차를 경계하고 있을 만큼 양산형 자동차 시장에서는 (한국도 이제) 충분한 경쟁력을 지녔다"며 특히 피터 슈라이어 기아차 부사장의 영입 이후 디자인에서는 독일, 미국, 일본 등 글로벌 메이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에 왔다고 평가했다.
주지아로 대표는 나아가 "현대ㆍ기아차도 장기적으로는 폴크스바겐그룹의 아우디처럼 독자적인 럭셔리 브랜드에 도전해 보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며 "하지만 럭셔리 브랜드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부품 하나하나에서부터 최고급 수준으로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