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보다 아이스하키를 먼저 배웠다. 6살 터울의 형을 따라 빙판에 나서겠다고 무작정 아버지를 졸라댔다. 워낙 작아 맞는 장비가 없어 아버지가 직접 몸에 맞게 수선을 해줘야 했다. 그렇게 아이스하키에 입문한 소년은 천재적인 소질을 드러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신동으로 명성이 자자했고 중학교, 고등학교로 진학하며 '아이스하키 천재'에 대한 소문은 점점 퍼져나갔다.
한국 아이스하키에 전대미문의 초신성이 출현했다. 신상훈(18ㆍ중동고 3)이 그 주인공이다.
신상훈은 올 시즌 고교 아이스하키리그에서 믿어지지 않는 성적을 남겼다. 정규리그 19경기에서 23골 3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중동고가 치른 21경기 가운데 2경기에 결장한 그는 출전한 모든 경기에서 포인트(골+어시스트)를 올렸다. 11일 목동링크에서 열린 선덕고와의 왕중왕전 플레이오프 준결승전도 그의 독무대였다. 신상훈은 0-1로 뒤진 1피리어드 18분 30초에 동점골을 넣었고, 1-1로 맞선 연장 피리어드 37초 만에 골든골을 작렬해 중동고를 결승전으로 이끌었다.
아이스하키인들은 신상훈에 대해"이전 한국 선수들에게서 볼 수 없었던 천재성이 눈에 띈다"며 칭찬일색이다. 안양 한라의 양승준 사무국장은 "보기 드문 감각을 지녔다. 1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하는 재능이다. 대학 1학년부터 득점왕을 쉽게 차지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상훈을 지도하고 있는 장원용 중동고 감독은 '천부적인 자질'이라고 단언했다. 장 감독은 "경기를 풀어나가는 감각과 순발력이 탁월하다. 훈련으로 갖출 수 있는 감각이 아니다. 하나를 가르치면 스스로 서너 가지를 깨우친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장 감독은 "대학 팀과의 연습 경기에서도 자신의 능력 만으로만 2골 정도를 뽑아내는 수준"이라고 신상훈의 재능을 설명했다. 대표팀에서 활약하는 형 신상우(24ㆍ한라)는 "스틱워크는 이제 내가 동생에게 배워야 할 정도"라고 말한다.
신상훈은 5살 때 형을 따라 아이스하키를 시작한 뒤 광운초-광운중을 거쳤다. 중학교 시절부터 아이스하키계에서는 소문이 자자했다. 중동고 입학 후에는 청소년 대표로 맹활약하며 유럽과 북미 클럽으로부터도 러브콜을 받고 있다.
신상훈은 2010년 덴마크에서 열린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주니어 세계선수권 디비전 1(2부) 대회에 출전, 5경기에서 9골 3도움을 기록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 4월 슬로베니아 대회에서는 5경기에서 5골 5도움을 수확했다. 작은 키(172cm)의 핸디캡을 테크닉과 스피드로 극복할 수 있음을 확인시켰다. 지난해부터 유럽과 북미 클럽으로부터 테스트 제의가 쇄도하고 있다. 그러나 아버지 신연한씨는"4개 팀으로부터 연락이 왔지만 아직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해외 진출은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신상훈은 연세대 진학이 확정됐다. 코흘리개 시절부터 얼음판에서 성장한 그의 소망은 형과 같은 유니폼을 입는 것이다. 언젠가 해외에 진출하고 싶은 꿈도 있지만 안양 한라 입단과 대표팀 선발이 1차 목표다. 신상훈은 나이답지 않게 어른스럽다. 희망을 묻자 "아이스하키 선수가 운동에만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상무 팀이 생기고 실업 팀도 늘어나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진로를 놓고 고민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것이'신동'신상훈의 어른스러운 소망이다.
중동고는 14일 오후 1시 30분 경복고와 고교리그 챔피언 자리를 놓고 단판 승부를 펼친다. 신상훈이 우승 트로피를 모교에 안기고 성인 무대에 진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글·사진= 김정민기자 goav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