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내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탈당론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 대통령의 친인척과 측근 비리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는 상황에서 재창당 등 당의 쇄신 작업을 온전히 수행해 내기 위해서는 이 대통령과 확실하게 선을 그어야 새로운 모습으로 국민에게 다가설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쇄신파인 권영진 의원은 12일 CBS 라디오에 출연, 당의 재창당 과정에서 이 대통령이 신당에 입당하지 않는 방식으로 탈당하는 문제에 대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면서 "이 대통령은 중립적 입장에서 선거를 관리하고 국정을 마무리하는 것이 옳은 길"이라고 말했다.
권 의원은 이어 "국민께'왜 한나라당이 싫으냐'고 물어보면 제일 먼저 '한나라당은 이명박 당', '실패한 이명박 정치를 반복하는 당'이라 말하고 두 번째는 '친이계와 친박계의 싸움이 지긋지긋하다'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희룡 의원도 이날 의원총회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결별할 것은 결별하고 떼어낼 것은 떼어내야 한다"며 "가장 먼저 이 대통령과의 관계부터 쿨하게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이 대통령의 탈당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거론했다.
또 다른 쇄신파 의원도 "재창당 로드맵을 그려야 하는 상황에서 당이 바꿀 수 있는 부분은 모두 바꿔야 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대통령 탈당은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친박계 인사들도 대통령 탈당 필요성을 공공연히 거론하면서 "새로운 여당은 박근혜 전 대표 중심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유승민 전 최고위원은 지난 1일 "당이 이제는 이 대통령과 확실히 선을 그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고, 친박계인 미래희망연대 서청원 전 대표는 이미 지난 10월부터 "이 대통령이 국민과 한나라당에 사죄하고 자신의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고 누차 주장해왔다.
한 친박계 관계자는"정부와 여당의 지위가 이렇게 추락한 첫째 이유는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실패에서 찾을 수 있다"며 "현정부와의 차별화를 위해서는 대통령의 당적 이탈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친박계 사이에서는 내년 총선 등을 감안하면 재창당 전에 대통령이 스스로 탈당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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