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5시40분 2척 적발6시 고속단정 2척 출동… 단속반원 8명 승선 시도30분 간의 사투갈고리·낫 저항 8명 제압… 조타실 문부수고 진입하다 해경 2명 흉기에 찔려9시40분 헬기로 병원에이경장 병원 도착전 숨져… 도주한 다른 어선도 나포
12일 오전 5시 40분쯤 인천해경 함정 중 최대규모인 3,000톤급 경비함 3005함이 조업 중인 중국 어선 두 척을 포착했다. 서해 소청도 남서쪽으로 87㎞ 떨어진 해상으로, 명확한 우리 배타적경제수역(EEZ)이다. 소청도 해역 불법조업 중국어선 단속을 위해 9일 출항한 3005함은 오전 6시 고무보트 형태의 고속단정 2정을 출동시켰다. 바다는 잔잔했지만 일출 전이라 칠흑같이 어두웠다.
고속단정 한 정에는 이날 순직한 고(故) 이청호(41) 경장과 부상한 이낙훈(33) 순경을 포함해 해경 단속반원 10명이, 다른 한 정에는 해상 지원을 위해 6명이 승선했다. 어둠을 뚫고 약 1㎞를 달려간 고속단정들은 중국 어선 한 척에 접근했다. 6시 25분쯤 이 경장 등 방검복과 진압봉, 전기충격기 등을 갖춘 고속단정 1호의 단속반원 8명이 승선을 시도했다. 고속단정 2호는 지원을 위해 주변에 머물렀다.
고속단정에서 쏜 섬광탄이 터지며 굉음과 함께 섬광이 작렬하자 중국 선원들은 강하게 저항했다. 어선에 올라 타려는 단속반원의 머리 위로는 손도끼, 쇠파이프, 갈고리, 낫 등이 거침없이 쏟아졌다. 다른 중국 어선 한 척은 단속 중인 어선에 일부러 부딪히며 단속반원들의 승선을 방해했다.
약 30분 간 사투를 벌인 끝에 해경은 선실과 기관실 등을 수색하고 9명의 선원 중 선장을 제외한 8명을 제압했다. 나포를 위해서는 조타실을 점령해야 하지만 선장 청따웨이(程大偉·42)씨는 조타실 문을 걸어 잠근 채 마지막까지 저항했다. 불법조업 어선 단속 시 조타실과 기관실은 가장 중요한 곳이다. 배의 진로를 바꿀 수 있는데다 통신장비가 있어 다른 어선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조타실은 반드시 접수해야 한다. 해경은 들어가기 위해, 청씨는 막기 위해 조타실 문 안팎에서 유리창을 깨뜨렸다.
문으로 들어가기가 여의치 않자 단속반원은 조타실과 연결된 선실을 통해 진입하기로 작전을 바꿨다. 오전 6시 59분쯤 경험이 풍부한 이 경장이 앞장 서 선실에서 조타실로 통하는 문을 부수고 조타실로 들어갔다. 이때 어둠 속에서 청씨가 휘두른 흉기가 이 경장의 왼쪽 옆구리 쪽에 박혔다. 뒤이어 진입한 이 순경의 복부에도 흉기가 파고 들었다. 이들이 착용한 신형 방검복은 조끼 형태로 어깨와 복부, 등을 감싸지만 겨드랑이 아래와 허리 부분까지는 보호하지 못했다. 청씨가 휘두른 게 깨진 유리조각인지, 다른 종류의 흉기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해경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과 청씨에 대한 조사를 거쳐 어떤 흉기가 사용됐는지 파악할 예정이다.
해경은 오전 7시 30분쯤 영종도에 있던 해경 헬기를 보내 이 경장과 이 순경, 타박상을 입은 선장 청씨를 태워 오전 9시 40분 인하대병원으로 이송했다. 하지만 이 경장을 맞은 병원 응급 의료진은 오전 10시10분 사망선고를 내렸다. 병원 검안의는 "이 경장은 날카로운 흉기로 인한 좌측 상복부 상해와 출혈로 병원에 도착하기 전 이미 숨졌다"고 밝혔다. 이 순경은 생명에 지장이 없는 상태로 2~3주간 치료가 필요하다.
해경은 오후 2시쯤 500톤급 503함을 이동시켜 도주한 다른 중국어선 1척을 나포해 조사 중이다. 흉기를 휘두른 청씨는 오후 1시 40분쯤 인천해경서로 압송해 조사 중이지만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 해경은 피묻은 옷이 발견되는 등 정황상 살인 혐의를 입증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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