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이 글로벌 재정 위기의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해외 대형 은행들의 신용등급이 잇달아 추락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양호한 한국의 재정건전성을 지렛대 삼아 국내 은행은 등급이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12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들은 올 하반기에 국내 은행 2곳의 신용등급과 4곳의 신용등급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피치는 지난달 한국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올리면서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들의 등급 전망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한 단계씩 높였다. 9월엔 신한은행의 등급 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상향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달 6일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올렸다.
반면 세계 주요은행들의 신용등급은 줄줄이 하락했다. S&P는 지난달 29일 미국과 일본 간판 은행 37곳의 신용등급을 한꺼번에 낮췄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골드만삭스, 씨티그룹, 모건스탠리의 등급은 ‘A’에서 ‘A-’로, UBS와 JP모건은 ‘A+’에서 ‘A’로, HSBC와 뉴욕멜론은행은 ‘AA-’에서 ‘A+’로 각각 내려갔다. 스미모토미쓰이와 미즈호 등 일본 은행의 등급 전망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떨어졌다. 무디스는 프랑스 3대 은행인 BNP파리바와 크레디아그리꼴, 소시에테제네랄의 등급을 일제히 한 단계씩 강등시켰다.
그러나 아직 낙관은 이르다. 국내 은행의 등급 상승은 은행들의 순익 증대 등 단기성 호재와 신용평가 방법의 변화 같은 기술적 부분이 맞물려 반영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국제금융센터 우희성 연구원은 “S&P의 신용평가가 ‘정부 지원’ 변수가 강조되는 방향으로 바뀌었는데, 미국ㆍ유럽 정부의 재정적 여력이 약해진 반면 한국은 그나마 나은 편이어서 국내 은행들이 혜택을 본 측면이 있다”며 “국내 은행의 ‘아킬레스건’인 외화유동성 문제가 불거지면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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