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11일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에 대해 "의외의 빠른 결정"이라고 말했다. 임기 말 국정 운영 과정에서 큰 부담이 될 수 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덜어졌다는 측면에서 안심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의원의 총선 불출마 가능성은 10∙26 서울시장 보선 패배 이후 여권에 쇄신 바람이 불면서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것"이라며 "하지만 그 시기가 이렇게 빨리 결정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터져 나온 보좌관의 뇌물 수수 사건이 결정적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형의 불출마 선언에 당장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며 "하지만 한나라당이 획기적인 변화를 위해 몸부림치는 상황에서 이 의원이 출마를 고집했다면 이 대통령에게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의 사퇴가 이 대통령이 1년 남짓 남은 임기 동안 국정을 운영하고 마무리하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청와대 주변에선 이 의원 총선 불출마 선언과 관련해 사전 교감설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의원 보좌관의 뇌물 수수 사건이 불거진 직후인 지난 주부터 한나라당과 청와대 주변에서 이 의원의 총선 불출마 필요성이 거론됐다"고 말했다. 여권의 이러한 흐름을 보고 받은 이 대통령은 이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 대해 불가피한 수순이라고 판단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과의 사전 논의가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나는 (대통령으로부터) 들은 것도 없고, 상의한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특히 친박계 의원들은 " 이 의원의 용단을 계기로 쇄신의 물꼬가 트이게 됐다"고 긍정적 반응을 보이면서도 이 의원 불출마가 친박계 중진 의원들의 불출마 요구로 이어질 가능성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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