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광복과 민족 통일을 위해 일생을 바친 우사(尤史) 김규식 선생이 3·1운동 직후인 1919년 5월 프랑스 고위공무원을 상대로 조국 독립의 정당성과 지지를 호소했던 친필 서한이 발굴됐다.
박흥신 주불대사는 11일 크사비에 시롱 프랑스 교육부 중등교육 수석장학관으로부터 김규식 선생이 1919년 당시 프랑스 교육부 국장으로 알려진 로베르 브뤼셀에게 보낸 친필 서한을 전달받았다며 원본을 공개했다.
김규식 박사는 파리강화회의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 대표로 활동하던 1919년 5월19일 작성한 서한에서 "우리의 독립 요구가 '계란으로 바위 치기'와도 같은 어려운 항쟁이지만 브뤼셀 국장이 보내준 지지 편지와 같은 글들이 소중한 격려가 되고 있다"고 감사를 표시했다.
그는 또 "내가 만난 프랑스인들로부터 프랑스 여론이 우리나라 독립 회복을 희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이 소망이 세계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파리강화회의 대표단에게 반향을 울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강조했다.
깔끔한 불어 필기체에 유창한 문장으로 작성된 김 박사의 편지는 A4용지만한 종이를 반으로 나누어 앞뒤 네 쪽 분량으로 작성됐다. 마지막에는 서명을 한 뒤 파리강화회의에 제출했던 탄원서 사본 1부를 동봉한다는 추신도 덧붙였다.
서한을 발굴한 시롱 프랑스 교육부 장학관은 "몇 년 전 김규식 선생의 감동적인 서한을 입수하게 됐다"며 "파리강화회의 프랑스 대표였던 조르주 클레망소 당시 총리가 아시아 상황에 좀 더 민감했더라면 역사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박 대사도 "어제가 김 박사 순국 61주기였다"며 "서한의 외교사적 가치 등을 검토해 외교사료관 등 적절한 장소에 보관되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임시정부 부주석을 지내며 열강들을 상대로 한 외교활동을 폈던 김규식 선생은 지난 1950년 한국전쟁 때 납북돼 그해 12월10일 별세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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