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을 둘러보면 아이가 아토피피부염이 있다는 집이 적지 않다. 심하게는 아니어도 한번 앓은 적이 있다든지 종종 재발한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아이에게 아무런 증상이 없어도 TV에서 아토피피부염으로 고생하는 아이들 이야기라도 보고 나면 지레 겁먹는 게 엄마 마음이다.
혹시나 하는 엄마 마음이 아이에게 제일 손쉽게 신경 써줄 수 있는 게 바로 음식이다. 어디에 안 좋다는 말이 조금이라도 들리면 일단 피하고 싶어진다. 가장 빈번한 예가 달걀과 돼지고기, 우유다. 이 음식들이 아토피피부염을 일으킨다고 알고 있는 엄마들이 꽤 많다. 하지만 음식만으로 없던 아토피피부염이 새로 생길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또 아토피피부염이 이미 있는 아이가 음식만 가려먹는다고 해서 좋아지는 경우도 많지 않다고 한다. 아토피피부염은 음식뿐 아니라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돼 나타나기 때문이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피부미용성형센터 박천욱 교수팀은 2~18세 아토피피부염 환자 95명을 대상으로 과거에 음식 과민 반응을 겪었는지를 물었다. 그 결과 44.2%인 42명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들에게 과민 반응을 겪었다는 음식을 공복 상태에서 먹게 한 뒤 피부 반응을 살펴봤더니 실제로 양성이 나타난 경우는 7.4%(7명)에 불과했다. 연구팀은 특히 많은 환자들이 아토피피부염 증상을 악화시킨다고 생각한 돼지고기에 대해 과민반응을 검사한 결과 거의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학계에는 달걀이나 우유에 과민 반응을 보이는 아이라도 만 3세가 넘으면 대부분 자연스럽게 과민 반응이 사라진다고 알려져 있다. 그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어려서 나타난 과민 반응이 어른이 돼서까지 계속되는 음식은 땅콩 등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한다. 박 교수는 "서양에 비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다행히 땅콩 알레르기가 드문 편"이라고 말했다.
아토피피부염이 있는 아이가 키가 잘 안 큰다며 걱정하는 엄마들이 종종 있다. 박 교수는 "명확한 근거 없이 음식을 가려 먹이는 바람에 성장 발달에 지장을 줬을 수 있다"며 "음식 때문에 피부에 이상이 생긴다고 짐작되면 일단 병원에서 정확한 검사를 받아 과민 반응 여부를 확인해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했다.
엄마가 되면 귀가 얇아진다. 특히 아이 건강과 관련된 이야기에는 더 솔깃하고 과민해진다. 수많은 소문과 짐작들 사이에서 엄마 스스로 중심을 잡고 정확한 정보를 가려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때로는 둔감해질 필요도 있을 것 같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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