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권주자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이 팔레스타인의 존재를 부정하는 발언을 해 비난을 사고 있다.
깅리치는 9일(현지시간) 미국의 유대인들이 운영하는 케이블채널과의 인터뷰에서 “팔레스타인이라는 국가는 원래 없었다”며 “과거 아랍제국, 오토만제국의 일부에 불과했던 사람들이 스스로 팔레스타인 국민을 만들어 냈다”고 말했다. 그는 7일 공화당 유대계연대(RJC) 초청 연설회에서도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취임 첫날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고 밝혀 유대인들로부터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연이은 깅리치의 발언에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크게 분노하고 있다. 살람 파야드 팔레스타인 총리는 “역사를 제대로 모르는 무식한 발언”이라며 “애초부터 그랬고 앞으로도 팔레스타인 주민은 존재할 것”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하난 애쉬라위 팔레스타인 의원도 “깅리치가 유대인의 표를 의식해 진실을 왜곡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다른 아랍국가와 마찬가지로 팔레스타인 역시 수백년간 오토만 제국의 지배를 받았고 1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의 지배를 받았지만 팔레스타인이 아니었던 적이 없다”며 “이제 팔레스타인이 주권을 되찾고 국가를 수립하고자 하는 것이 진실”이라고 주장했다.
팔레스타인의 공식적인 사과 요청에도 불구하고 깅리치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10일 아이오와주 디모인에서 열린 공화당 대선주자 토론회에서 깅리치는 론폴 하원의원 등이 “문제를 야기하는 발언이었다”고 지적하자 “누군가는 진실을 말해야 한다”고 응수한 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테러리스트이며 그들은 학교에서 테러리즘을 가르친다”고 비판 발언을 쏟아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칼럼니스트 페기 누난은 깅리치의 발언을 두고 “그는 철학적 기반이 없고 불안정하다”며 “내재적 불안 요소를 외부 요인을 통해 없애려고 하다 보니 쓸모 없는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한 마디로 인간 수류탄에 가까운 인물”이라고 혹평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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