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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서 2030멘토로 뜬 혜민 스님/ "위로·공감에 목마른 청년들 안쓰러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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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서 2030멘토로 뜬 혜민 스님/ "위로·공감에 목마른 청년들 안쓰러웠죠"

입력
2011.12.0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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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이 인연을 불렀다. 미국 하버드대 재학 중이던 12년 전 출가해 4년 전부터 햄프셔대에서 종교학을 가르치고 있는 혜민(36) 스님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를 시작한 계기는 그저 한국말이 그리워서였다. 그런데 그가 일기처럼 적은 사소한 단상들이 한국 청년들의 마음을 울렸다.

지난 6월 서울대 규장각 연구원으로 공부하기 위해 입국할 당시 약 2만명이던 혜민 스님 트위터 팔로워는 7개월 만에 7만명을 훌쩍 넘었다. 그 동안 혜민 스님이 청년들을 대상으로 연 20여 차례의 법회는 위로와 공감이 필요한 20, 30대 젊은이들로 매번 가득 찼다. 자서전 은 출간 1년 반 만에 20쇄를 찍었다. '2030의 정신적 멘토' 중 한 명이 된 것이다.

"한국 청년들의 사랑이 저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안타까워요. 그만큼 그들이 위로와 공감에 목말라 있었다는 뜻이니까요."

지난 6일 서울대 학생회관에서 총불교학생회 초청으로 법회를 연 혜민 스님은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 안에 답을 갖고 있고, 그것을 깨달을 때까지 들어주는 사람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상대를 믿고 귀 기울여주는 소통의 방식, 그것이 아프고 불안한 한국 청년들이 혜민 스님에게 열광했던 이유였다.

"그 동안 겪은 한국 청년들은, 솔직히 불쌍하다"고 말하는 혜민 스님의 눈에 눈물도 고였다. 일면식도 없는 혜민 스님에게 "자살하고 싶다"며 도움을 요청해 온 경우도 여럿 있었다고 한다. "미국 청년들에 비해 한국 청년들은 자신을 타인과 너무 많이 비교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모르고 남들이 원하는 것만을 쫓게 되죠. 위만 보고 달리면 행복해질 수 없어요."

혜민 스님은 한국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1992년 UC버클리로 영화를 공부하러 유학을 갔다.학부 졸업 후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종교학 석사과정을 밟다 1999년 불교에 귀의했다.

내년 1월 초 출국을 앞둔 혜민 스님은 "한국 청년들과의 인연이 내 삶을 바꾸어 놓을 것이다. 혼자서 도 닦는 게 무슨 소용인가. 함께 행복해져야지"라며 허허 웃었다. 그는 "위로가 됐다는 반응을 들을 때마다 고마움과 보람을 느꼈다"며 "내겐 트위터리안들이 오히려 스승이었다. 그들 덕분에 실업 문제, 88만원 세대 문제 등 사회 현실에 대해 배울 수 있었으니까"라고 말했다.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은 그의 한국 생활은 법회 스케줄로 꽉 차 있다. 출국 즈음에는 트위터(@haeminsunim) 글들을 모아 에세이집도 출간할 예정이다. 이전보다 더 커진 그리움의 자리로 돌아가는 혜민 스님은 "한국 청년들이 당신에게 왜 소중하냐"는 질문에 "그들이 누구든 내 앞에 있는 이들은 다 귀하다"고 말했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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