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만성형 기사 '원펀치' 원성진이 입단 13년만에 꿈에 그리던 세계타이틀을 품에 안았다. 5~7일 중국 상하이에서 벌어진 제16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결승 3번기에서 지난 기 우승자 구리를 2대 1로 물리치고 생애 첫 세계대회 우승컵에 입맞췄다.
다음은 일문일답.
-세계대회 첫 우승이다. 소감은.
"기쁘다는 표현보다 감격스럽다는 말이 어울릴 것 같다. 세계대회 우승은 프로가 된 이후 항상 꿈 꿔왔던 목표였다."
-최종국에서 돌을 가릴 때 흑 돌 두 개를 올려놓았다. 그런 모습을 처음 본 것 같다.
"프로가 된 이후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갑자기 즉흥적으로 두 개를 놓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혹시 흑이나 백 중 꼭 쥐고 싶은 색깔이 있었나.
"평소 흑을 잡느냐 백을 잡느냐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인데 오늘은 워낙 중요한 판이라 백보다 흑을 잡고 싶었다. 실제로 흑번이 됐으니 예감이 맞은 셈이다."
-결승 3번기를 간단히 평가하면.
"1국은 초반부터 집이 부족해 어려운 바둑이었다. 따라서 대마를 꼭 잡으러 가야 했다. 2국은 초반과 중반 모두 좋지 않았다. 마지막에 구리가 방심하는 바람에 대마를 잡을 찬스가 왔지만 초읽기에 몰려서 수를 정확히 읽지 못했다. 3국은 출발이 나쁘지 않았는데 중반부터 흐름이 좋지 않았다. 구리가 형세를 낙관하고 계속 느슨하게 두는 바람에 다행히 역전시킬 수 있었다." -그 동안 '송아지 삼총사'로 불리는 다른 친구들에 비해 성적이 좋지 않았다. 그 때문에 힘든 점은 없었나.
"예전엔 그런 점이 없지 않았는데 최근엔 별로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자극제가 돼서 더 열심히 노력하게 된다."
-승리의 기쁨을 같이 하고 싶은 사람은.
"권갑용, 안관욱 사범님을 비롯한 스승님들과 곁에서 늘 편안하게 챙겨주는 가족에게 감사 드린다. 그리고 여자친구에게도."
-앞으로의 목표는.
"이번 우승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다. 오랫동안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는 기사가 되고 싶다. 우승에 도취되지 않고 더욱 열심히 정진하겠다."
박영철 객원기자 indra36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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