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분란이 좀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야권통합을 둘러싸고 폭력 사태가 벌어지는 등 내홍을 겪는 상황에서 9일에는 국회 등원 여부를 두고 강경파와 온건파간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전날 여야 원내대표간 회동에서 등원에 합의한 것을 놓고 일부 의원들이 문제를 삼고 나섰다.
강경파인 정동영 최고위원은 "등원 합의는 사실상 백기투항이며 파기해야 한다"며 김진표 원내대표를 겨냥했다. 앞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그는 "등원 합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투쟁에 찬물을 끼얹는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잇따른 악재로 여권이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의 국회 등원은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다.
이에 협상실무자인 노영민 원내수석부대표는 "등원 합의는 지난 7일 의원총회에서 12월 임시국회 소집은 응하되, 세부 일정은 이번 주까지 합의하지 않는다는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보고하자, 정 최고위원은 "왜 맘대로 해석하고 그래"라고 소리쳤다.
노 수석부대표도 "들으세요. 정 최고 당신이 얘기할 때 내가 시끄럽게 굴었느냐"고 물러서지 않자, 화가 난 정 최고위원이 발언대로 뛰어나갔고 의원들이 양측을 만류했다.
이 과정에서 의원들간에 험한 욕설이 오가기도 했다. 정 최고위원은 의원총회 말미에 "거친 언사를 한 것은 수양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강경파와 온건파 의원들은 각각 8명씩 발언대에 올랐다. 강경파들은 "원내대표단의 경솔한 결정"이라며 원내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했고, 온건파 의원들은 "낮에는 국회, 밤에는 광화문광장으로 나가는 원내외 병행투쟁을 해야 한다"고 맞섰다.
결국 김 원내대표는 "의원들의 총의를 물어 당론을 확정한 뒤 거취를 결정하겠다"며 사의를 표명하고 상황을 정리했다. 김 원내대표는 12일 의원총회를 열고 등원 여부를 묻는 무기명투표로 당론을 정한 뒤 거취를 결정할 예정이다.
한편 시민통합당과의 통합 의결이 예정된 11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통합 찬성파와 반대파간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손학규 대표 등 지도부는 전당대회에서 표 대결을 벌여서라도 통합 의결을 이끌어낸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지도부는 전당대회의 표 대결 가능성을 고려해 대의원 참여율이 저조한 지역에 대해선 인사에 반영키로 하는 등 의결에 필요한 정족수 채우기에 비상을 걸었다.
지도부의 통합방식에 반대하는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이날 "통합이 밀실야합으로 진행된 것에 불만을 갖는 분들이 많다"면서도 "(하지만) 통합안이 가결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측한다"고 말했다. 반대파 대의원 사이에선 집단 보이콧으로 전당대회를 무산시키거나 표 대결을 시도할 경우 물리적으로 저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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