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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PD의 오디오 파일] 양희은의 '그대가 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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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PD의 오디오 파일] 양희은의 '그대가 있음에'

입력
2011.12.09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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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은씨의 첫인상은 무섭다!였다.

양씨의 유행어 "너 이름이 뭐니"가 그때는 해당사항 없어서, 내가 인사를 드리며 "저, 조휴.."까지 말하는데, 단호한 한마디가 들려왔다.

"아, 이름말하지마! 나, 못외어."헉! 어찌나 무안하고 어려웠는지...

하지만 1994년, '이숙영의 오후의 대행진'의 고정게스트로 처음 만난 양씨의 무섭다는 느낌이 귀엽다로 바뀌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당시 우리팀은 여인천하였다. 톡톡 튀는 여자, 이숙영 선배를 비롯해 작가들까지 여자 다섯이서 똘똘 뭉쳐 팀워크가 좋았던 우리는 방송이 끝나면 헤어지지 못하고 맛있는 것을 먹으러 다니곤 했는데, 감자탕집을 양씨와 같이 가게 되었다. 그는 감자탕을 처음 먹어봤다고 했다.

"어머, 얘, 뭐가 이렇게 맛있니! 나, 처음 먹어본다! 정말 맛있다 얘."

그 흔한 감자탕을 처음 먹어봤다는 양씨가 갑자기 너무나 가깝게 느껴지면서 우리팀 여자들은 조금씩 그녀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지금도 TV에서 양씨를 보면, 저 훌륭한 뮤지션의 첫 감자탕 경험을 나와 했지, 하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포인트로 입가에 미소가 띄어진다.

'오후의 대행진'게스트로 양씨를 6개월 정도 매 주 만나면서 느낀 점은 이 분은 정말 대쪽같다는 거였다. 그녀는 성격이 바르고 행동이 바르다. 노래도 스트레이트로 부른다. 꾸밈이 없다. 당시 우리 프로그램에는 청취자 고민 상담 코너도 있었는데 오숙희씨가 청취자 고민을 100% 이해해주면서 조언을 하면 스튜디오 밖에서 양씨는 엄청 흥분을 하곤 했다.

"어머어머! 말이되니!! 저런 사연은 따끔하게 야단을 쳐줘야지, 왜 편을 들어주니, 말도 안돼!"

양씨는 '말'로라도 흐트러진 표현을 하면 질색을 했다. 톱스타답지 않게 검소하고 사소한 것들에 감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녀가 왜 가요계에서 왕언니로 통하는지 알 것 같았다.

양희은 하면, 두말이 필요없는 세시봉 대표가수요, 한국여성 포크계의 역사다. '아침이슬', '한계령', '상록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하얀목련',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내나이 마흔살에는'등 수많은 히트곡의 주옥같은 가사의 대부분은 그녀가 직접 쓴 작품이다. 그 중에서도 나는 30주년 기념음반에 실린 '그대가 있음에'를 가장 좋아한다.

'자그만 개울이 바다가 되듯이 우리의 사랑도 언젠간 그렇게

거치른 돌들이 둥글게 되듯이 우리의 사랑도 그렇게 되겠지

아름다운 그대 세상의 그어떤 어려움도 난 두렵지 않아 이 사랑 때문에.

슬픔이 슬픔을 눈물이 눈물을 아픔이 아픔을 안아줄수 있죠

힘들게 힘들게 내 상처 드러내 보일 때 함께 울어줄 수 있는 사람

그 맑은 눈빛과 따뜻한 웃음이 있는한 아직도 세상은 살아볼만 한거죠.'

한 해가 저무는 요즘,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진심어린 위로를 받고 있다는 느낌에 눈시울이 시큰해진다.

그녀 자신이 누구보다 질풍노도와 같은 삶을 씩씩하게 이겨내었기 때문일까. 최근에 발표한 '인생의 선물' 가사도 이제 양희은이 도가 텄구나 싶다. 가식없는 그녀의 노래가, 그녀의 노랫말이 나는 정말 점점 더 좋아진다.

조휴정ㆍKBS해피FM 106.1 '즐거운 저녁길 이택림입니다'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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