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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세로 바뀐 '슈퍼 갑' 포스코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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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세로 바뀐 '슈퍼 갑' 포스코 왜?

입력
2011.12.08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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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도금 강판 업체인 A사 관계자는 최근 원자재 공급처인 포스코 담당자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을 받고 깜짝 놀랐다. 지금껏 20년 넘게 영업을 해왔지만 포스코측으로 부터 먼저 연락이 온 적이 단 한번도 없었기 때문. 이 관계자는 포스코 담당자와 만난 자리에서 "좋은 조건으로 공급해줄 테니 내년에 포스코 제품구매를 늘려달라"는 부탁까지 받았다고 한다. 그는 "전에는 우리가 사정사정해도 제때에 강판을 받기 힘들었다"며 "포스코가 많이 달라졌다"고 털어놨다.

포스코는 국내 산업계의 절대적인 '슈퍼 갑(甲)'이다. 철강 업체 뿐만 아니라 자동차, 전자, 조선, 건설 등 철을 쓰는 모든 업체들에 대해 우월적 위치를 지켜왔다. 포스코가 철강재를 제때 주지 않으면 제품을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지난 수십 년간 포스코는 콧대는 낮춘 적이 없다. 오죽하면 "삼성전자가 아쉬운 소리를 하는 기업은 포스코 뿐"이란 얘기가 정설로 통했을 정도다.

그런 포스코가 요즘 확 달라지고 있다. '슈퍼 갑'이란 위세가 무색할 정도로 자세를 낮추고 있다고 한다.

과연 무엇이 포스코의 콧대를 꺾은 것일까. 이유는 글로벌 경기침체다. 유럽 재정위기로 내년 미국, 유럽 등 주요 수출시장 전망이 불확실해지다 보니, 국내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게 발등의 불로 떨어진 것이다.

그간 포스코는 내수 시장에서 현대제철, 동국제강, 동부제철 등 후발 주자들과 사실상 의미 없는 경쟁을 해왔다. 시장지배력이 워낙 공고하고 품질 차이도 많이 났기 때문에, 물건이 없어서 못 팔지언정 판로를 걱정한 적은 없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포스코도 내수영업을 장담할 수 없는 입장이 됐다. 가장 큰 이유는 현대제철의 부상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당장 경쟁은 안되지만 이제 국내 시장에서만큼은 현대제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포스코가 내부 보안 시스템을 교체한 것도 현대제철에 내부 정보가 흘러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조치란 얘기가 나올 정도다.

실제 국내 시장에서 현대제철의 점유율은 빠르게 상승중이다. 열연ㆍ후판 시장 점유율은 2009년 9.3%에서 2010년 10.1%, 올 3분기에는 17%까지 치솟았다. 이 수치면 포스코을 위협할 수준이란 게 현대제철측 주장. 현대제철은 2010년 1월 제1고로, 11월 제2고로를 차례로 가동하면서 조강 생산량이 늘려왔는데, 현대 특유의 저돌적 영업력이 더해지면서 포스코를 긴장시킬 위치까지 올라섰다는 분석이다. 실제 칼라강판 업체인 B사는 포스코로부터 철강재 공급량이 20% 가량 줄였으며 조선업체인 C사도 포스코 공급량을 15% 정도 줄이는 대신 현대제철로부터 공급량을 늘렸다.

물론 포스코의 위상은 아직 절대적이다. 하지만 과거처럼 앉아서 영업할 수 만은 없다는 위기감이 서서히 확산되고 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도 최근 "내년에는 국내영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직원들에게 자세전환을 강력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흐름은 국내산업에 플러스효과가 더 클 것이란 분석이다. 자동차, 가전, 전자 업체들의 선택의 폭이 다양해진 데다 수입 대체 효과도 주고 있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철강업체간 판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객사들이 합리적인 가격에 질 높은 제품을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며 "철강업체 입장에서도 제품 질 향상과 서비스 강화, 영업력 확대 등의 노력이 필요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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