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 살해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은 뒤 줄기차게 결백을 주장해 온 '미국의 가장 유명한 사형수' 무미아 아부 자말(58)이 검찰의 구형 포기로 원심 판결 29년만에 사형을 면하게 됐다. 흑인 인권운동가인 아부 자말에 대한 사형 선고는 미국 사법제도의 인종편견과 사형제의 문제점을 드러내는 상징적 사건으로 간주돼 왔다.
7일 미 언론에 따르면 세스 윌리엄스 필라델피아 지방검사는 "숨진 경찰관의 유족이 사법절차 지연으로 겪는 고통을 고려해 아부 자말의 사형을 요구하는 절차를 더 이상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검찰의 구형 포기에 따라 사형을 선고받은 아부 자말의 형량은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감형될 예정이다.
그러나 윌리엄스 검사는 "한 순간도 그가 경찰관을 살해했다는 사실을 의심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아부 자말의 결백을 인정해서 포기한 게 아니라 사형을 요구할 경우 확정판결을 받는데 오랜 기간이 걸릴 것을 우려해 형량을 낮추는 선에서 타협했다는 얘기다.
급진 흑인 비밀결사 블랙팬서(흑표당)의 회원인 아부 자말은 1981년 12월 필라델피아 시내에서 검문 중이던 대니얼 포크너(당시 25세) 경관을 권총으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아부 자말은 자신의 동생이 경찰관과 몸싸움을 벌이는 것을 보고 현장으로 달려갔는데, 나중에 포크너 경관은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고 현장에서 아부 자말의 38구경 리볼버 권총과 탄피 5개가 수거됐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아부 자말을 살인 혐의로 기소해 사형 선고를 얻어냈으나, 그는 "제3의 인물이 포크너를 사살했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원심 판결에 불복해 수차례 상소를 거듭하던 아부 자말은 95년 옥중에서 <사형수 감방에서의 생방송> 이라는 책을 펴내 사법제도의 인종 편견을 고발했고, 인권단체와 흑인들의 큰 공감을 얻어냈다. 할리우드 배우 팀 로빈슨 등 유명인사가 구명 운동에 동참했고, 아부 자말의 활동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가 제작됐다. 지루하게 이어지던 아부 자말과 검찰의 공방은 2008년 연방 항소법원이 "82년 당시 배심원들이 잘못 구성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공판 절차 재개를 결정하면서 새 국면에 들어갔다. 사형수>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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