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8일 쇄신안을 내놓았지만 쇄신파를 비롯한 당내의 여러 세력들은 "물러나야 할 사람이 쇄신을 주도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강력히 반발했다. 현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쇄신안 발표가 아닌 홍 대표의 퇴진이라는 게 이들의 공통된 주장이었다. 따라서"쇄신안은 홍 대표 체제 유지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평가절하가 이어졌다.
쇄신파 초선 의원 모임 '민본21' 간사인 김세연 의원은 "홍 대표의 쇄신안은 순서가 잘못됐다"며 "일단 비상대책위 체제로 넘어간 뒤 이런 문제를 다루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수도권 친이계가 주축이 된 재창당모임 소속 의원 10명도 긴급 회동을 갖고 홍 대표의 '선(先) 공천, 후(後) 재창당'방안을 비판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재창당이 이뤄진 뒤 공천해야 한다"며 "지도부는 재창당추진위를 만든 뒤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친박계도 홍 대표의 쇄신안에 대해 "내년 총선 때까지 기득권을 연장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며 비판했다. 홍사덕 의원은 '홍준표 쇄신안'에 대해 "말도 하기 싫다"면서 부정적 입장을 에둘러 피력했다. 홍 의원은 전날 홍 대표 퇴진론에 대해 "권력투쟁으로 비친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었다.
원희룡 전 최고위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쇄신안 내용이야 차치하고서라도 쇄신 대상인 홍 대표가 나서서 왜 쇄신을 하겠다고 하느냐"며 "홍 대표는 자리를 비우고 새로운 주체가 쇄신 작업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홍 대표가 연명책의 일환으로 총선 물갈이를 내세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남경필 전 최고위원도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홍 대표는 동문서답을 했다"며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지금 홍 대표가 할 일"이라고 날을 세웠다. 정두언 의원도 자신의 트위터에 "사람은 물러날 때 진면목이 드러나는 법. 어차피 물러날 분인데, 온갖 추한 모습을 다 보이며 한나라당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우리 홍대표"라고 썼다.
사퇴 요구를 거부한 홍 대표에 대한 비판은 당 밖에서도 나왔다.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목사는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홍 대표 체제 유지에 대해 "그게 납득이 되는 일이냐. 그게 무슨 재신임이냐"고 쏘아붙였다. 인 목사는 "중진 의원들이 재신임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 중진들은 어떻게 공천을 얻어 자리를 지킬까 하는 생각에서 재신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홍 대표의 여러 언행은 국민이 보기에 왕짜증"이라면서 "욕심이 생기면 앞이 안 보이지 않느냐"고 날을 세웠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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