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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빠는 68세이시고, 어렸을 때 부모님이 다 돌아가셔 남들보다 외로움이 많으신 분이에요. 그래서 스무 살에 일찍 결혼해 가정을 이루셨는데, 생계에 대한 두려움, 일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에 젊었을 때부터 술을 많이 드셨다고 해요. 나이가 들수록 점점 술에 의존하게 되면서 매일 술을 드시게 됐어요. 음주 후 행패도 점점 심해져 한두 달에 한번 꼴로 집안이 난리가 납니다. 이러기를 무려 30년이에요. 보통 땐 남을 잘 배려해주는 자상한 아빠지만 술만 드시면 다른 사람으로 변하죠. 술을 끊지 못하는 아빠를 바라보는 가족들은 더욱 우울해지고 힘들 수밖에 없어요. 심지어 엄마는 최근 우울증 치료까지 받았어요.20대 여성
아버지를 바라보는 딸의 상처 입은 마음이 느껴지네요. 그래서 알코올의존증을 '가족병'이라고 부르지요. 자신은 물론 가족이나 주변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병이라는 뜻에서요.
아버지가 음주를 한지 30년이 지났고, 정기적으로 심각한 주사가 나타나는 걸로 미뤄보면 알코올의존증 중독증 단계라고 생각됩니다. 알코올의존증은 심한 정도에 따라 크게 4단계로 나뉘는데, 중독증 단계는 그 중 가장 심한 단계 직전인 3단계에 해당해요. 주사가 심하다는 건 성격 형성을 담당하는 뇌 부위인 전두엽이 손상됐을 가능성을 의미해요. 또 기억을 담당하는 뇌 부위인 해마도 손상됐을 수 있어요. 그래서 음주량을 절제하기도 어렵고,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게 되지요.
습관적으로 술주정을 한다면 술을 줄이기보다는 아예 끊도록 해야 합니다. 가족들의 이해와 사랑만으로는 어려울 수 있겠지요. 알코올전문병원의 의료진과 상의해보길 바랍니다.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더라도 가족이 환자가 원치 않는 입원을 시켰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거나 환자가 퇴원을 강력이 요구해 치료가 중단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알코올의존증 치료는 빠르면 빠를수록 회복률이 높아요. 오랫동안 방치하면 가족의 정신적, 신체적 고통이 계속 가중돼 오히려 치료에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죠. 환자가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가족의 적극적인 협조가 절실합니다.
아버지 때문에 우울증을 앓고 있는 어머니 역시 중독자들의 가족 모임 같은 곳에 꾸준히 참석해보길 권합니다. 거기서 서로 위로해주고 위로 받는 게 큰 도움이 되니까요.
상담 이무형 다사랑중앙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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