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경제와 사람/ 국내 최고 바리스타 이세나씨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경제와 사람/ 국내 최고 바리스타 이세나씨

입력
2011.12.08 09:12
0 0

지난 달 2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1 서울카페쇼의 메인 행사인 ‘한국 바리스타 경연대회(Korea Barista ChampionshipㆍKBC)’ 현장. 최종 본선에 오른 6명의 바리스타들은 20분 동안 에스프레소 4잔, 카푸치노 4잔, 창작메뉴 4잔씩을 추출하며 맛과 향을 설명했다. “과하지 않은 자몽의 향과 묵직한 무게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똑같은 원두를 갈아 똑같은 기계로 똑같은 시간에 추출한 커피. 하지만 맛과 향은 모두 달랐다. 바리스타들이 자신이 사전에 설명한 맛과 향을 그대로 재현했는지 심사위원들이 평가한 후 발표했는데, 최종 우승자는 비알코리아(던킨도너츠) 소속 이세나(28) 바리스타였다. 그 동안 매일 업무를 끝내고 밤새워 연습한 결과가 드디어 보상 받는다고 생각하는 지 이씨는 눈물을 펑펑 쏟았다.

이씨는 현재 여러 대회 우승 경력을 지닌 국내 최고의 바리스타 중 한 명이다. 2007년 토너먼트 방식으로 열리는 국제대회인 얼티밋 바리스타 챌린지(UBC)에서도 2개 부문(라떼 아트, 에스프레소 프라페)에서 우승했다. 같은 해 중국에서 열린 UBC 차이나 대회에서도 중국 우승자와 겨뤄 에스프레소 프라페 부문에서 최종 우승을 거머쥐었다. 앞으로는 가장 인정 받는 국제 대회인 월드 바리스타 챌린지(WBC)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보통 사람들에게 커피 전문점의 커피 맛은 대개 비슷하게 느껴지지만 커피 애호가들은 원두에 따라, 로스팅(볶기)에 따라, 바리스타의 추출 기법에 따라 맛이 다르다고 느낀다. 좋은 원두를 고르는 능력, 원하는 맛을 내기 위해 정확한 양의 커피를 담아 정확한 시간 동안 추출하는 능력 등이 모두 바리스타의 실력. 이 때문에 최근 커피 애호가들은 좋은 바리스타들이 일하거나 운영하는 카페를 일부러 찾아가 커피를 맛보는 경우도 많다.

많은 바리스타들이 커피전문점에서 일하고 있지만, 이씨의 직업은 비알코리아(던킨도너츠)에서 가맹점주 및 회사 직원들에게 커피에 대한 교육을 하는 책임강사다. 9년 전 커피의 세계에 입문한 이씨는 6년 간 서울 강남 청담동의 유명 레스토랑에서 일하며 바리스타 교육을 진행했고, 여러 대회에 입상한 뒤 2008년 1월 던킨도너츠에 합류했다.

비알코리아 커피아카데미에서 커피 교육을 맡고 있는 강사는 이씨를 포함해 네 명. 적은 인원으로 거의 모든 점주들의 교육을 맡고 있어 쉬운 일이 아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이씨는 오후 7시까지 업무를 마친 후 회사 교육장에 대회용 기계를 갖다 놓고 밤늦게까지 연습을 거듭했다. 함께 연습했던 비알코리아 소속 후배 바리스타인 이나래씨도 이번 대회에서 2등을 차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회사 밖에서도 바리스타 공부를 쉬지 않는다. 8년 전 결성된 바리스타들의 모임인 CIIC 창단멤버인 이씨는 회원들끼리 정기적 모임을 갖고 최신 정보를 공유하며 바리스타 대회 준비도 서로 돕는다. 이씨는 “계속 실력을 쌓아 나중에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강의를 하고 싶은 꿈이 있다”고 밝혔다.

하루가 멀다 하고 커피전문점이 생길 정도로 ‘에스프레소 커피 붐’이 일면서 바리스타 공부를 해 커피전문점을 직접 열고 싶다는 사람도 늘었다. 인터넷 질의응답 게시판에는 “바리스타가 되려면 어떻게 공부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이 항상 올라온다. 이씨는 이런 질문에 대해 “바리스타 전문학교나 학원에 다니면서 배우는 것도 좋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다”고 대답했다. 바리스타의 실력은 이론도 중요하지만 꾸준한 경험이 더 중요하기 때문. 우선 커피전문점 등에서 바리스타 교육을 받아 일을 하면서 책과 모임을 통해 독학으로 이론을 공부하면서 실력을 쌓으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아쉬운 점은 아직 커피전문점에서 일하는 바리스타의 봉급 등 대우가 그리 좋지 않다는 것. 하지만 인내심을 갖고 계속 연구하면서 대회에도 참가하다 보면 꼭 ‘절대미각’ 보유자나 손재주를 타고 난 사람이 아니더라도 뛰어난 바리스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