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철(49ㆍ구속기소) SLS그룹 회장의 지시로 일본에서 술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일었던 박영준(51) 전 국무총리실 차장이 검찰 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차장과 이 회장 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데다, 그 자리에 당시 청와대 인사가 동석했다는 사실이 새로 드러난데 이어 이 인사가 접대를 맡았던 이 회장 측 인사를 회유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기 때문이다.
7일 검찰에 따르면 일본 술 접대 자리의 전말은 큰 틀에서 보면 양측의 주장이 일치되는 부분이 있다. 박 전 차장은 2009년 5월 22일 일본 출장을 가 지인들과 저녁식사를 했다. 저녁식사 후 2차 자리에서 박 전 차장은 대기업 해외법인장 강모씨, 김형준 당시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SLS그룹 일본법인장 권모씨와 술을 마셨다. 권씨는 박 전 차장이 일본에 온다는 사실을 김 선임행정관으로부터 전해 듣고 이 회장에게 접대 의사를 전달해 허락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당시 선임행정관은 최근까지 청와대 춘추관장을 지냈다. 박 전 차장 측은 그간 이 자리에 공무원이 한 사람 있었다는 것은 인정했으나 그 공무원이 김 전 춘추관장이었다는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최근 검찰 조사를 받은 권씨는 "대기업에 함께 근무해 친분이 있던 김 전 관장이 술자리를 마련했다"고 진술했다.
어쨌든 여기까지는 양측 주장이 크게 엇갈리지 않는다. 문제는 누가 술값을 냈는지 여부다. 사건 초기에는 2차 자리 술값 문제가 쟁점이었다. 이국철 회장은 권씨가 400만~500만원어치의 술 접대를 했다고 주장한 반면, 박 전 차장은 술값은 강씨가 냈다며 영수증을 공개하고 이 회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2차 자리가 끝난 뒤 3차 술자리가 또 있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양측의 진실공방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 회장이 주장한 술접대가 실은 3차 자리를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권씨는 검찰 조사에서 "이 회장이 접대 의혹을 제기한 직후 김 전 관장이 전화해 'SLS가 술값을 계산했던 3차 술자리는 없었던 것으로 하자'고 요구해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지난 3일 실시한 권씨와 김 전 관장의 대질조사에서도 권씨는 "박 전 차장이 3차 술자리에 동석해 술값을 SLS법인카드로 지불했다"고 진술했다. 권씨 주장대로라면 3차 술자리에 박 전 차장이 참석했으며 술값도 SLS 측이 계산한 것이다. 반면 김 전 관장은 "박 전 차장은 3차 술자리에 가지 않았으며 2차 술값도 강씨가 계산했다"고 반박했다.
박 전 차장이 SLS로부터 접대를 받지 않았다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마련한 시점이, 김 전 관장이 권씨에게 통화한 이후라는 점도 석연치 않다. 박 전 차장이 이 통화의 결과 3차 술값 문제가 제기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기자회견을 열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 회장 측과 박 전 차장 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검찰은 박 전 차장을 소환해 조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박 전 차장이 이 회장을 고소했기 때문에 누구 말이 맞는지는 어떤 식으로든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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