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9일 대표직에서 물러남에 따라 여권의 실질적 최대 주주이자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정치 전선 복귀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번에 복귀할 경우 2006년 6월 당 대표 임기를 마친 뒤 5년 5개월 만에 '박근혜 체제'가 다시 들어서는 것이다. 현재 외부 일정을 전면 취소한 채 자택에서 정국 타개책을 고민 중인 박 전 대표는 이르면 내주 초에 현 정국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밝히고 전면 복귀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지도부가 교체되고 유력 대선주자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내년 총선은 물론 대선 지형도도 크게 출렁일 전망이다. 당 안팎에선 박 전 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벼랑 끝에 내몰린 한나라당을 이끌고 갈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와 관련, 대표 권한대행 역할을 맡게 되는 황우여 원내대표가 이르면 10일 박 전 대표를 만나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제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황 원내대표는 이날"(당 후속 체제를) 가능한 한 빨리 박 전 대표에게 넘기려고 한다"면서 "그래야 당도 빨리 자리를 잡는다"고 말했다.
한 친박계 관계자는 이날 "박 전 대표가 추락한 정당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복원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큰 차원의 고민을 하고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과의 새로운 관계 설정도 구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최근 "재창당 수준의 대대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한 만큼 향후 당 운영에서 '이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비롯한 큰 변화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계파 별로 당의 진로에 대한 구상이 달라 격렬한 논쟁과 내부 권력투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친박계와 쇄신파는 박 전 대표가 주도하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당을 운영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수도권 친이계 등은 전당대회를 열어 새 대표를 선출하거나 재창당 준비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앞서 홍 대표는 이날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원 여러분의 뜻을 끝까지 받들지 못해 죄송하다"며 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7ㆍ4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이후 5개월 만의 중도하차다.
홍 대표는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따른 돌발적 서울시장 보선이 있었고, 디도스 사건 등 당을 혼돈으로 몰고 가는 악재가 연달아 터졌는데 이는 모두 내 부덕의 소치"라면서 "당을 재창당 수준으로 쇄신하고 내부 정리를 한 후에 사퇴하고자 했던 내 뜻도 기득권 지키기로 매도되는 것을 보고 더 이상 이 자리에 있는 게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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