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모 방송사에서 중국으로 건너온 북한사람들을 심층 인터뷰한 내용을 방송했다. 이들은 여권을 지니고 당국의 허가를 받아 합법적으로 중국을 오가는 사람들이었다. 통일의 가능성과 시기, 남한에 대한 생각 등등 통일과 관련된 여러 가지 질문과 대답이 오고 갔다. 이들의 대답을 듣고 있자니, 통일이 과연 가능할까? 아니면 언제쯤이면 남북의 사람들이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통일을 할 수 있을까? 등에 대한 복잡한 생각들이 떠나지 않는다.
중국을 더 선호하는 북한 사람들
총 102명이 북한을 대표한다고 보기에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는 숫자를 대상으로 한 이 인터뷰는 몇 가지 점에서 충격적이었다. 이들의 대답 중 유독 마음을 사로잡는 대답이 있었는데, 바로 선호하는 국가에 대한 대답이었다. 선호하는 국가로서 중국을 꼽은 사람들의 숫자가 67명으로서 남한을 선택한 30명에 비해 두 배 이상 많았다. 현재의 북중관계와 중국산 제품의 북한 내에서의 유통 정도, 그리고 현실적으로 중국에 많은 부분을 의존할 수밖에 없는 북한의 처지에서 중국에 대한 선호도는 높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구나 중국을 합법적으로 오고 가는 사람들의 대답이라는 점까지 더한다면 중국에 대한 선호도는 당연히 높을 것이다. 그러나 남한에 대한 선호도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뭔가 상당한 문제가 있어 보인다. 아마도 다음과 같은 이유일 것이다. 첫째는 오랜 기간 북한 당국에 의해 학습된 결과일 수 있다. '미제의 식민지'라는 인식을 넘어, 전쟁의 공포감을 오히려 '남한의 대북적대정책'에서 찾고 있는 그들의 대답을 보면 북한 당국에 의한 체계적인 학습이 이런 결과를 가져왔을 법 하다. 그럼에도 남는 문제가 있다. 이들은 중국을 합법적으로 오가면서 일정하게 국제정세와 바깥 소식을 접하게 되고, 이러한 소식엔 남한과 관련된 정보와 소식도 포함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한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의 대답을 보면 남한이 경제적으로 잘 살고 있음을 대부분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로의 통일을 원하는 대답은 전체 102명 중 단지 2명뿐이었다. 즉, 이들에게 통일은 사회주의 혹은 일국양제 방식이 압도적이었다. 그만큼 이들이 알고 있는 자본주의는 긍정적인 것만으로 인식되지 않고 있다. '자본주의 남한'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는 큰 이유의 하나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들의 중국에 대한 선호도의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중국산 제품의 북한으로의 유통, 양국간의 인적․물적 교류의 확대 등이었다. 경제 위기 속에서 중국에의 의존도가 높아지고, 중국의 값싼 물건들이 북한 내로 유입되면서 북한 주민들 속에서 중국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고 있다는 점이 중국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라 할 것이다.
통일 독일에서 교훈 찾아야
분단된 남북의 처지에서 통일은 상호간의 선호도가 높아져야 가능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우리의 통일정책의 밑바탕에는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놓여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의 중국과 북한의 인적ㆍ물적 교류의 확대가 가져온 결과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결국 남북의 부단한 사람과 사람, 물건과 물건의 오고감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 통일이 남북 주민들간의 마음과 마음이 합쳐지는 것이라 할 때, 서로에 대한 신뢰와 친숙도가 없다면 불가능할 것이다. 동·서독이 그러했다. 동독 주민들이 서독을 선택했기에 통일이 가능했던 것이다.
이번의 인터뷰는 단지 102명이라는 숫자를 대상으로 한 것뿐이었다. 그러나 이들이 얼핏얼핏 드러내는 남한에 대한 생각은 아직도 우리에게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정영철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