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하는 디미타르 베르바토프(30)는 불가리아의 축구 영웅이다. 지난해까지 7년 연속 불가리아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할 정도로 국민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하지만 올해엔 타이틀을 다른 사람에게 내줘야 할 것 같다. 영웅을 제친 주인공은 놀랍게도 불가리아의 현 총리인 보이코 보리소프(52ㆍ사진)다.
불가리아 인터넷매체 노비나이트는 6일 "보리소프 총리가 4일 마감된 올해의 선수상 팬 투표에서 44%의 득표율을 기록, 24%에 그친 베르바토프를 압도적 차이로 눌렀다"고 보도했다. 올해의 선수는 기자단이 최종 확정하지만 관례대로라면 팬 투표에서 1위를 한 보리소프의 수상이 유력하다.
보리소프가 후보 명단에 오른 것은 그가 불가리아 3부리그 팀 비토샤 비스트리차에 소속된 아마추어 축구선수이기 때문이다. 2009년 7월 총리에 취임한 보리소프는 바쁜 일정 탓에 모든 경기에 나서지는 못하지만 이따금씩 직접 그라운드를 누비며 공격수로 맹활약하고 있다.
보리소프 총리는 그러나 올해의 선수상 수상이 전혀 기쁘지 않은 눈치다. 그는 주최측에 보낸 편지에서 "내가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은 것이 아니라 불가리아 축구계를 질타하는 민심이 반영된 결과"라고 썼다. 불가리아는 최근 끝난 유로 2012 예선 8경기를 통해 승점 5점을 얻는 데 그쳤다. 불가리아 축구대표팀 역사상 최악의 성적표다. 유럽 챔피언스리그나 유로파리그 본선에 진출한 프로팀은 하나도 없다. 보리소프는 "팬 투표 1위는 나에게 보내는 항의 메시지나 마찬가지"라며 "자금 부족과 후원 단절 등 총체적 위기에 직면한 불가리아 축구는 엄청난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보리소프가 1위는 했으나 투표 참여 인원은 8,000여명에 불과했다"며 "불가리아 국민은 자국 축구계에 진절머리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23일 열리는 시상식에 보리소프가 참석할 지는 불투명하다. 그는 "주최 측이 투표 결과를 무효로 하든지 아니면 올해의 젊은 선수상 수상자에게 대신 상을 주라"고 제안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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