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 가운데 '감가율'이 있다. 중고차 시장에 내놓았을 때 얼마나 좋은 값에 팔리느냐를 보여주는 지표다. 감가율이 낮을수록 내구성이 좋은 차로 평가된다.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여러 차종 가운데 신차 가격 대비 중고차 시세가 상대적으로 가장 좋은 차, 즉 감가율이 좋은 차는 ▦대형차에선 르노삼성의 SM7뉴아트 ▦준중형급에선 기아차의 포르테 ▦경차에선 기아차 뉴모닝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차 중에선 메르세데스-벤츠의 뉴C클래스였다.
6일 한국일보가 국내 최대 중고차 거래 회사 SK엔카에 의뢰해 12월 현재 중고차 시장에서 주로 거래되는 국산차와 수입차 100여 종(2008년 식)의 현재 감가율을 계산한 결과, 대형차 중에선 2008년 2,750만원에 판매됐던 SM7뉴아트가 현재 1,710만원에 거래돼 감가율(37.8%)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체어맨W는 5,301만원에서 44.7% 떨어진 2,930만원에 팔리고 있으며, 그렌저TG와 뉴오피러스는 각각 45.6%와 47.2%의 감가율을 기록했다.
2008년식의 감가율이 50%라면, 당시 신차가격은 1,000만원이었지만 현재 중고차 값은 500만원이란 얘기다. SK엔카 관계자는 "감가율이 낮으면 나중에 팔 때 좀 더 제값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에 요즘은 신차를 사려는 사람들도 감가율을 따져보고 사는 추세"라며 "감가율 좋은 차가 내구성이 좋은 차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 결과 큰 차보다는 작은 차일수록, 수입차보다는 국산차일수록 감가율이 낮게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산 경차 부문에서는 기아차의 뉴모닝이 감가율 27.6%로 1위를, 소형 및 준중형급에서도 포르테가 31.3%의 감가율로 1위를 차지했다. 전체 감가율로 볼 때 중형급 이상 차량 가운데 10위 안에 든 것은 SM7뉴아트(10위)가 유일했다.
반면 현대차의 베르나 신형(소형)과 한국GM의 크루즈(준중형)는 크지 않은 차 임에도 각각 50.0%, 50.4%의 감가율을 기록, 신차가 나온 지 불과 3년 만에 절반도 안 되는 값에 팔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수입차 중에서는 2008년 4,750만원에 거래됐다 현재 3,280만원에 팔리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의 뉴C클래스가 가장 좋은 중고시세(감가율 30.9%)를 보이고 있으며, 폴크스바겐의 골프 2.0TDI(34.5%)와 BMW의 미니쿠퍼1.6(35.1%)가 그 뒤를 이었다. 대형차, SUV(스포츠유틸리티차) 중에는 신차 가격이 5,950만원이었다가 현재 3,760만원에 거래되고 있는 BMW의 X3(감가율 36.8%)가 1위였다. 특히 수입차는 대상 10대 중 3대 이상이 감가율을 50% 이상을 기록, 3년 만에 '절반 이하' 가격에 팔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피니티의 고급 SUV인 FX35는 1억원 이하의 차 중 유일하게 감가율 60%(7,520만원→3,010만원)의 불명예를 안은 반면, 아우디 SUV Q7은 39.5%(8,850만원→5,350만원)의 감가율로 대조를 이뤘다. 2008년 1억8,000만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됐던 BMW의 뉴7시리즈는 현재 3분의 1도 안되는 가격(5,860만원)에 팔리고 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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