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지역 군부대가 뚫렸다. 북한군의 침투를 가장한 훈련에 전방부대의 경계태세는 구멍이 났다.
6일 오전 1시10분쯤 강원 춘천과 철원지역 육군 모 부대에 20여명이 침투, 탄약고 등 핵심시설을 '폭파'한 뒤 산으로 도주했다. 해당 부대가 속한 군단은 적의 국지도발에 대비한 최고 경계태세인 '진돗개 하나'를 발령하고 반격에 나섰다. 비슷한 시각 합동참모본부는 주요라인 직위자들에게 휴대전화로 전방지역의 한 부대에서 폭발음이 청취됐다는 상황을 긴급히 전파했다. 육군은 인근부대 병력까지 동원해 도주한 이들을 쫓았다.
물론 실제상황이 아니다. 합참이 실시한 불시 군사대비태세 훈련이었다. 전방 부대에 침투한 대항군 역할은 최정예 특전사 요원들이 맡았다. 이날 대항군은 서울 송파에 있는 특전사령부에서 출발해 어둠을 틈타 전방지역까지 버스로 이동했다. 급습한 부대에는 '폭파'라고 쓰인 종이를 붙이고 도주했다. 초반 허둥대던 부대들은 이후 도주한 침입조를 추적, 일부를 사실상 붙잡았다. 합참 관계자는 "오후 10시 현재 우리 군이 대항군의 도주루트를 봉쇄, 포위했다"며 "실전이라면 일찌감치 헬기, 실탄 등을 이용해 생포 내지 사살했을 것이나 훈련임을 감안해 장비 투입 없이 대치한 채 훈련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훈련은 육군을 시작으로 전국의 해군, 공군부대에서 9일까지 진행된다. 지난달 취임한 정승조 합참의장이 주관하는 첫 불시점검 훈련이다. 정 의장은 평소 "적이 도발하면 적에게는 위기가 되게 하고 우리에게는 호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내년 3월 서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를 앞두고 갖가지 비상상황에 대비하는 목적도 있다.
합참 관계자는 "훈련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비밀로 진행했다"며 "해당 부대의 대응능력을 입체적으로 점검하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달 23일 연평도 포격 1년을 맞아 합참은 전군 차원의 대비태세 훈련도 실시했다. 이 훈련을 통해 적이 포격 도발을 감행하면 증강된 탐지전력이 도발 원점을 찾아내 포격하고 공군 전력이 가상 폭격하는 작전계획을 점검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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