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1%를 밑돌면서도 연일 자기 신문에다 '성공'이라는 낯뜨거운 자화자찬을 늘어놓는 것은'개그'로 치부하자. 첫날부터 보기 민망한 방송사고를 일으킨 것도 이해하자. 무슨 동네 케이블도 아니고 명색이 전국 종합편성채널이라면서 시험방송도 없이 개국했으니.'도토리 키 재듯'그나마 시청률이 가장 높은(그래 봐야 기껏 1%대이지만) 프로그램 하나 갖고 "내가 1위" "일요일은 내가 왕"이라고 떠벌리는 모습에서는 실소(失笑)가 절로 나온다.
다른 사람의 자아도취, 자기최면까지 비난할 생각은 없다. 착각은 자유이고,'그들만의 리그'이니까. 문제는 그들이 노리는 '목표'다. 도대체 케이블 시청률 1%가 지상파의 15%에 해당한다는 근거는 무엇인가. 전문케이블도 아닌 종편이 한두 프로그램의 시청률 1%를 근거로 금방 인기채널이 될 것이란 턱없는 낙관론을 펼치는 이유는 뭔가. 다 광고 때문이다.
광고시장의 '약탈자'가 된 종편
요즘 기업 임원들은 종편 얘기만 나오면 침울해진다. 그야말로 공포의 대상이다. 모르는 전화는 아예 받지 않는다. 종편의 광고요청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들이 들려주는 종편의 광고유치 방식은 이렇다. 마음대로 개별 영업이 가능한 그들은 광고대행사를 찾지 않는다. 광고주(기업 대표)를 직접 만난다. 대행사는 광고주에게 종편에 광고를 하라고 말하지 못한다. 광고의 효율성을 말해주는 CPRP(광고를 보기 원하는 소비자 1%에 도달하는데 드는 비용)가 너무나 높기 때문이다. 시청률 1%도 안 되는 종편에는 아무리 광고를 해도 효과가 거의 없다는 얘기다.
종편들은 이제 막 시작해서 그렇지 점차 나아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광고주협회의 설문조사를 보면 그것도 아니다. 광고실무자들은 내년 종편의 광고시청률을 겨우 0.57%로 예상했다. 2013년도 0.65%에 불과하다. 지상파의 5분의 1 수준이다. 광고주들이라고 예상이 다를 리 없다. 당연히 광고단가가 낮아야 한다. 지상파의 20% 이하를 받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런데 종편들은 시장논리를 완전히 무시한 채 그 3배가 넘는 지상파의 70%까지 요구하고 있다. 아무도 모르는 미래의 효과까지 감안하라는 것이다.
광고를 끌어가는 방법도 협박에 가깝다. 안면 있는 사람을 내세워 '선물' 개념으로 광고를 달라고 조른다. 성공스토리 같은 프로그램에 기업의 오너를 소개해 줄 테니 광고를 붙이라고 한다. 신문에 당신 회사 관련사업을 특집으로 다루고 그것을 방송에서도 소개할 테니 광고를 해라. 이렇게 나오는데 광고나 협찬을 안 할 배짱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 그들이 누구인가. 여차하면 공정성과 공공성은 빈말이고 언제든 신문과 방송 양손에 채찍을 들고 휘두를 수 있는 존재가 아닌가.
친밀감으로, 겁이 나서, 아니면 냉정한 판단으로 특정 종편에만 광고를 줄 수도 없다. 그랬다가는 나머지 종편들과 그들의 주인(신문)들이 난리를 치기 때문이다. 아예 하지 말든지, 하려면 같은 가격에 모두 해야 한다. 담합도 이런 이상하고 무자비한 담합이 없다. 오죽하면 어느 대기업의 경우 평등주의 등쌀에 시달리다 못해 억지춘향으로 종편 4곳에 광고비를 똑같이 나눠주고는 손을 털었을까."다양한 곳에 저렴한 비용으로 지상파만큼의 효과를 낼 수 있는 광고 선택의 기회를 준다"는 말이 가소롭다.
미디어렙으로 횡포 막아야
방송통신위원회는 종편이 생기면 10년 가까이 7조~8조원에 머무르고 있는 광고시장도 커질 것이라고 했지만, 세계 경제불황의 장기화로 어디에서도 그런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광고업계의 전망도 같다. 때문에 종편들은 살아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효과는 없으면서 단가는 턱없이 높은 광고 유치에 더욱 발벗고 나설 것이다.
그 희생자는 결국 여론 다양성의 보루인 중소 미디어와 광고매체들이다. 벌써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의도, 공정도, 공생도 모르는 이런 미디어 괴물을 나오게 만든 것은 정부와 국회다. 불매운동도 좋고, 국정조사도 좋고, 청문회도 좋다. 그러나 당장 급한 것은 광고시장에서 그들의 무분별한 약탈을 막는 장치(미디어렙 법안)를 만드는 일이다. 얼마를 더 기다려야, 얼마나 많은 폐해가 나와야만 하나.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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