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대표팀과의 악연'이다.
1998년 네덜란드와의 프랑스 월드컵 본선 2차전에서 한국 축구 역대 최연소 출전 기록을 세우며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이동국. 그러나 그는 태극 마크를 달고 한 번도 웃지 못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본선 엔트리 탈락 충격으로 한동안 방황했고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는 인대 파열이라는 날벼락을 맞고 꿈을 접었다. 지난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앞두고 우여곡절 끝에 본선 엔트리에 합류했지만 우루과이와의 16강전에서 동점골 기회를 놓쳐 심한 마음고생을 겪었다.
지난 10월 '조광래호'에 발탁됐지만 벤치를 지키며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고 이후 부상까지 겹치며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이동국은 두 번째 프로축구 MVP 수상의 영광을 안은 자리에서 태극 마크에 대한 미련을 접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시상식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은퇴할 때까지 대표팀 선발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굳이 맞지 않는 곳에서 힘들어 하고 싶지 않다. 나는 괜찮지만 주변 사람들이 힘들어진다"고 대표팀 생활을 정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서른 줄에 들어선 2009년 이후 물오른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이동국은 "30대에 접어들면서 노장이라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 한발 더 뛰었다. 체력적, 정신적으로 강하게 해준 최강희 감독님에게 감사드린다"며 '제 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이동국은 최 감독에 대한 절절한 감사의 마음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동국은 2007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미들스브러에 입단했지만 부진 끝에 2008년 성남 유니폼을 입고 K리그로 돌아왔다. 그러나 날카로움을 보여주지 못한 끝에 방출됐고 2009년 전북에 둥지를 튼 후 환골탈태에 성공했다. 이동국은 "최 감독님은 내 능력보다 많은 것을 꺼내주신 분이다. 전북에 와서'제 2의 축구 인생'을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고마운 분이다. 믿음에 실망시켜드리지 않기 위해 한 발 더 뛰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보은을 다짐했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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