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신수정, 첼리스트 양성원 등 중견 연주자에서 권혁주(바이올린), 김태형(피아노) 등 세계 무대서 두각을 나타내는 신예까지.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창립 20주년 기념 송년음악회 'Friends of Korean Foundation'은 긴 세월이 축적한 역량의 결과다.
5일 열린 기자간담회는 정확히 20주년이 되는 14일을 앞두고 펼쳐지는 상징적 무대를 미리 음미하는 자리였다. 국제교류재단이 1991년 외교통상부 산하 기관으로 출범해 펼쳐온 문화예술 지원 사업, 한국학 강좌, 한국어 보급, 오피니언 리더 포럼 등 정책적 사업에서 클래식이 갖는 지분은 어느 정도일까.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실내악 연주단인 서울바로크합주단(사진) 김민 대표의 말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지난 9월 유럽 투어 20일로 해외 연주 107회를 기록했지요. 합주단 45년의 역사는 국제교류재단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2003년 이탈리아 투어 당시 이탈리아 대통령으로부터 문화훈장을 받은 것도 다 재단 덕이죠."
김씨는 피아니스트 신수정씨와 함께 2009년 이 재단이 주최한 서울국제음악제의 조직위원으로 활동하며 '클래식 한류'의 가능성을 엿보는 문화 실험을 감당한 주체이기도 하다. 그는 "부채춤 장구춤 등 전통 무용과 국악 위주였던 한국 문화 소개의 한 축을 서양 클래식이 담당하게 된 것은 토종 연주자들의 국제 콩쿠르 석권, 재단의 클래식 지원 사업 등이 맞물린 결과"라며 "클래식도 한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데 재단이 큰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노부스콰르텟, 정가악회 등 양악과 한국 음악을 균형 있게 소개해 온 재단측의 자세에도 감사의 뜻이 전해졌다. 재단이 2005년 핀란드 낭타리 국제음악제, 독일 브뤽케나우ㆍ라인가우 국제음악제 등 참가를 지원하며 국내 대표적 연주자들과 쌓은 인연은 진보적 음악단체인 TIMF(통영국제음악제)앙상블의 그리스 공연 지원 등 최근에도 계속되고 있다.
20주년 기념 잔치는 최근 해외 공연에서 호응이 높았던 사람들과 함께 갈라 형식으로 진행된다. 3만, 2만, 1만원 등 저렴한 티켓가격도 관객들에게 매력으로 다가올 듯하다. 피아니스트 김태형과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 등 최근 국제 콩쿠르에서 두각을 드러낸 신예들의 협연 무대는 음악성과 대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가 어떻게 공존할지를 예시한다.
서울바로크합주단이 멘델스존의 '현악교향곡 제10번 b단조', MIK앙상블이 수크의 '피아노 4중주 a단조' 등을 연주한다. 이 합주단이 들려줄 폴란드의 현대 음악 작곡가 킬라르의 진보적 음악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오라바'는 이 무대가 단순한 행사만을 위한 자리만이 아님을 입증한다. 12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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