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연구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사법부 내에 구성하자고 제안한 김하늘(43)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대법원에 제출할 청원문 초안 작성을 끝내고 동료 판사들의 회람을 통한 의견 취합에 나섰다. 김 부장판사는 회람 후 최종안을 만드는 대로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제출할 계획이며, 실제로 TF가 꾸려질지 여부 등 대법원의 처리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6일 법원에 따르면 김 부장판사는 자신의 TF 구성 제안에 동의의 뜻을 표한 일선 판사 174명에게 이메일로 '대법원장님께 드리는 건의문'이라는 제목의 초안을 보냈다. 김 부장판사는 이 글에서 "한미 FTA는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로 우리 사법주권을 침해하는 등 불평등 조약일 가능성이 있다"며 "대통령도 ISD 조항의 재협상을 약속한 만큼, 법률의 최종 해석권을 가진 사법부가 연구를 통해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장판사는 그러나 당초 밝혔던 '청원'이 아니라 '건의' 형식을 취했다. 청원을 낼 경우 대법원에서 '소관 이전 사안'이라고 판단, 외교통상부 등에 넘길지 모른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또 "법원행정처 산하에 TF를 설치하자"는 종전 주장을 유지하되 반드시 이를 고집하지는 않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판사들에게 "6일까지 초안에 대한 의견을 달라"고 주문했다.
김 부장판사는 동료 법관들의 의견을 토대로 초안을 수정해 최종안을 확정한 뒤 대법원과 양 대법원장과의 면담 일정, 제출 방식 등을 협의할 계획이다. 그러나 대법원 내부 기류는 "김 부장판사가 양 대법원장을 직접 만나 전달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는 쪽이어서, 차한성 법원행정처장이나 고영한 법원행정처 차장 등이 건의문을 전달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당초 이번 주중으로 예상됐던 건의문 제출 시점은 초안 수정, 대법원과의 일정 조율 등울 감안하면 다음주 이후로 미뤄질 수도 있게 됐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날 "김 부장판사에게서 아직 연락은 없으며, 건의문이 제출되면 구체적으로 검토해 본 뒤 처리 방향을 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