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여성 방송인 A씨를 지칭하며 남녀의 성관계 장면을 담은 동영상이 5일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급속히 유포되면서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유포자는 이 방송인의 개인 정보가 담긴 여권 사진까지 사이트에 올리는 등 악의적 의도를 드러냈다. 이 방송인의 변호사는 이날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고, 경찰은 유포자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4일 제작된 이 사이트에는 '방송인 XXX 섹스 비디오'라는 제목과 함께 남녀의 성관계 장면을 담은 2분 52초 분량의 동영상이 올라왔다. 자신을 A씨 전 애인의 지인이라고 밝힌 사이트 개설자는 "이 동영상은 A씨와 동거했던 연인이 찍은 것"이라며 "두 사람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전 애인은 A에 대해 폭로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사이트에는 동영상과 함께 사진, 얼굴을 노출한 여권, 병원진료 기록까지 게재됐다.
유포자는 '원한다면 동영상과 사진들을 더 보내드릴 수 있다'며 관음증을 자극하기까지 했다. 4일 밤부터 이 사이트에 접속한 수백여명의 네티즌들은 자신들의 이메일 주소를 알려주며 메일을 보내달라는 댓글을 달았다. 사이트 주소가 SNS나 모바일 메신저 등을 통해 퍼지면서 최소 수천명이 이 블로그에 접속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방송인의 변호사는 5일 오후 서울 성동경찰서에 "해당 동영상이 유포된 데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다"며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의 변호인이 고소장을 접수했으며, 피고소인은 미국 국적의 남성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이트에 오른 자료들의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한국 사회에서 또다시 벌어진 여성 방송인 지칭 섹스비디오 사건에 네티즌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트위터 이용자 dara****는 "한 사람이 또 이렇게 무너지네요"라고 말했다. 시민 김모씨는"이런 식의 범죄를 저지른 자의 죗값을 어떻게 치르게 할 것인가"라며 유포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해당 사이트에 접속한 한 네티즌은 "괜히 동영상, 사진 요청하지 말자. 같은 남자로서 정말 증오스럽다"며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다.
1990년대 말 'O양 비디오' 유출 사건이 엄청난 사회적 물의를 빚은 것은 물론, 2000년 11월에 음란 동영상 유포의 피해자가 된 B씨는 자살을 시도하기까지 했다. 가수 C씨는 자신과 닮은 여성이 출연한 음란 동영상 때문에 적지않은 시간 동안 방송활동을 중단해야 했다.
이런 사회적 경험 때문인지 빗나간 반응을 보인 일부 네티즌들과 달리 대다수 네티즌들은 재발하는 섹스비디오 사건을 '악의적인 인격 살인'이라며 분개하는 분위기다.
영화평론가 심영섭씨는 "이미지로 먹고 사는 여성 연예인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된다. 유포자에 대한 강력한 사법처리는 말할 것도 없고 SNS 등의 여론환기 기능을 이용해 피해자보다 오히려 가해자를 비판하는 여론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광철 변호사는 "성적으로 보수적인 한국사회에서 여자 연예인에게 기대되는 성적인 관념이 있기 때문에 A씨는 미래를 영영 잃을 수 있다"며 "O씨와 B씨가 재기했어도 여전히 꼬리표가 남는 점을 감안하면 유포자에게 민형사상 큰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