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비해 저술 교양 부문이나 번역 단행본의 수준이 높아졌다."
올해 한국출판문화상 예심 심사위원들은 지난 한 해 출간된 책들 가운데 교양 도서나 번역 책의 수준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편집 부문에서는 주목할 만한 책이 많지 않아 심사에 애를 먹었다. 어린이ㆍ청소년 부문에서는 논픽션 책들이 크게 늘어난 데 반해 어린이 문학은 위기 상황을 맞고 있는 국내 출판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일보사가 주최하고 ㈜두산이 후원해 제52회를 맞은 한국출판문화상의 올해 응모작은 모두 1,065종(2개 부문 이상 중복 응모 포함). 이중 어린이ㆍ청소년 부문이 314종으로 가장 많았고 저술 교양 부문이 261종, 번역 부문이 205종이었다. 편집 부문은 160종, 저술 학술 부문에는 125종이 응모했다.
지난달 28일 한국일보 본사에서 진행된 예심에서 번역ㆍ저술가 남경태씨는 "지난해는 완간 전집이 많았다면 올해는 교양, 번역 단행본의 질이 높아졌다"며 이에 비해 "저술 학술 부문의 응모 도서는 줄었다"고 평가했다. 출판평론가 한미화씨는 "출판 전체 흐름을 반영하듯 국가나 정치에 관한 책이 많았던 것이 눈에 띈다"며 "저술 교양 부문에서는 철학 책이라도 철학만이 아니라 인문학적인 외연을 확대한 책들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심사위원들의 평가대로 저술 교양 부문에서는 역사, 철학, 과학, 예술 등 주요 도서 분야별로 읽기 어렵지 않으면서 내용의 질적 수준이 높은 책들이 망라됐다. 대중적인 철학서 집필과 강연 등으로 팬을 확보하고 있는 인문학자 강신주씨의 이나 '땅콩집' 바람을 불러 일으킨 같은 책은 이미 수만 권이 팔린 베스트셀러다. 번역 부문에서는 처럼 해마다 심사에서 빠지지 않는 고전 번역물 외에도 등 현대 사상가들의 묵직한 저작들이 목록에 올랐다.
저술 학술 부문은 수준은 예년에 비해 처지지 않았지만 역사 관련 책들이 다수여서 학문 분야별로 다양한 책들이 고루 본심에 오르지 못한 점이 다소 아쉬웠다. 예심에서 가장 눈에 띈 저자는 한시를 중심으로 한 고전 재해석 작업을 왕성하게 펼치고 있는 정민 한양대 교수로 가 각각 저술 학술, 교양 본심에 올랐다.
편집 부문에서는 화보 편집이 뛰어나거나 사진과 텍스트의 조합이 좋은 책에 심사위원들의 눈길이 우선 갔다. 남경태씨는 "도판이 필요 없는데도 넣어 겉모양만 내려 한 책들을 가끔 만난다"며 "책은 기본적으로 텍스트의 힘이므로 불필요한 2도 인쇄나 의미 없는 도판 삽입보다는 알찬 텍스트를 만들어내는 데 더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어린이ㆍ청소년 부문은 응모 종수는 많았지만 의미 있는 창작물보다 교양ㆍ학습 도서가 갈수록 비대해지는 추세라는 지적이 나왔다. 동화작가 강무홍씨는 "올해 나온 어린이ㆍ청소년책이 얼추 5,000종을 헤아리지만 초등학생 정도가 읽을 어린이 책 발행 종수가 눈에 띄게 줄고 수준 높은 어린이책 군(群)이 얇아졌다"며 "일제고사나 영어 몰입 교육 이후 아이들이 도서관에 갈 시간이 줄어든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씨는 "어린이ㆍ청소년책 출판은 창의성 넘치는 픽션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데도 논픽션 분야의 책들이 갈수록 많아진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제52회 한국출판문화상 예심 심사위원(가나다 순)
강무홍(동화작가)
강호정(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남경태(번역ㆍ저술가)
이현우(한림대 연구교수ㆍ서평가)
한미화(출판평론가)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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