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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안철수와 '큰 바위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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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안철수와 '큰 바위 얼굴'

입력
2011.12.05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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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궁금하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정치를 할지 안 할지, 내년 총선이나 대선에 출마할지 안 할지, 나서면 당선될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 무슨 추리 소설을 읽는 것도 아닌데 벌써부터 결말을 알고 싶어 조바심이 난다. 하지만 이런 의문에 대한 정답은 '안 원장도 잘 모른다'가 가장 근사치에 해당할 것이다.

물론 안 원장 지지층은 결국 깃발을 들기를 바라고 있다. 판을 바꿔달라는 바람이다.

안 원장은 국민에게 백신 선물을 돌렸고, 부하 직원에게는 주식을 나눠 줬다. 최근엔 재산의 일부도 사회에 기부하는 등 선행을 거듭했다. 지지층은 올곧은 삶을 살아온 이런 안 원장을 통해 세상의 개혁을 꿈꾼다. 산타클로스 혁명이다.

하지만 지지층의 바람대로 안 원장이 정치에 참여해 세상의 긍정적 진화를 일궈낼 수 있을까. 그건 또 다른 문제다.

정치 참여의 대가는 혹독하다. 처음부터 그에 대한 평가가 다시 시작된다. 본인이 잊고 있던 과거도 도마에 오른다. 하물며 없는 것도 만들어지는 판이다. 그가 그간 접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조금 더 들어가보자. 지금의 지지율 1위 속에는 상당 부분 허수가 자리잡고 있다. 가령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찬반 입장을 밝혔다 치자. 찬성 쪽이면 진보 진영의 지지층 절반이 날아가고, 반대의 경우에는 보수 진영의 상당수가 등을 돌린다. 다른 현안도 마찬가지다.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등으로 오락가락하거나 두루뭉술한 답을 택했다가는 모두에게 배척당할 수 있다. 한나라당에 대한 반감과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의 반사적 감정이 묵직하게 얹혀져 있는 지금의 1위 지지율이 끝까지 유지되기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란 설명이다.

이전에도 고건 전 총리와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도 대선 전 일정 기간 지지율 1위를 기록했지만 출마조차 하지 못했다. 이들도 지금의 안 원장이 누리는 '제3의 세력'이라는 자양분을 토대로 했었다.

설령 갖가지 험로를 뚫고 안 원장이 뜻을 이뤘다고 가정해보자. 그가 정말 제1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군ㆍ검ㆍ경을 포함한 정부 공무원을 모두 이끌며 개혁 정책을 힘있게 추진해 갈 수 있을까. 확신할 수가 없다. 국가 예산 집행은 지금처럼 선심 쓰듯 자기 돈 나눠주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안 원장 자신도 지금 이 같은 고민의 회오리 속에 갇혀 있으리라 본다. 마음 속 욕구는 충만하지만, 이상의 현실화 가능성에 대해 고민에 고민을 하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

그러니 안 원장에게 시간을 잠시 줬으면 좋겠다. 물론 국민에게 철저한 검증을 받고 있는 다른 주자들과 비교하면 지금의 장외 행보가 분명 페어플레이는 아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게 우리의 정치현실이니 받아들이는 수밖에.

정치권이나 언론도 이제는 그가 결론을 내릴 때까지 기다렸으면 좋겠다. 유난히 부추기고 있는 주변 인사들도 차분히 그가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두고 봤으면 좋겠다. 아마도 안 원장이 현명한 사람인 만큼 지혜로운 선택을 할 것으로 믿는다. 일전에 한 지인이 내게 안 원장을 보면 어릴 적 책에서 본 '큰 바위 얼굴'이 생각난다고 했다. 나도 무릎을 치면서 동의를 표했다. 우리나라에도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을 만한 큰 바위 얼굴이 있었으면 좋겠다. 위대한 인간의 가치는 권력이나 돈에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을 스스로 증명해 보이는 사람 말이다.

염영남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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