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은 얼마가 팔려야 적당한 걸까. 복권 열풍이 갈수록 거세지는 가운데 정부 내에서조차 복권 발행규모와 사행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여기에 ‘팔만큼 팔았으니 그만 팔라’는 견제와 ‘일부러 안 팔기는 어려우니 계속 팔겠다’는 반발까지 맞서면서 정부의 복권사업은 올해 ‘대박’의 후유증을 톡톡히 치르는 모습이다.
5일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이하 복권위)와 국무총리 산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에 따르면 사감위는 지난달 말 복권위에 “올해 남은 기간에 복권 발행을 한시적으로 줄이거나 중단할 것”(발매차단 제한액 설정)을 권고했다. 연말까지 로또나 연금복권을 더 이상 팔지 말라는 얘기다.
이는 올해 복권 판매액이 사감위가 설정한 복권발행 허용한도(2조8,046억원)를 초과했기 때문이다. 11월 말 현재 복권 총 판매액은 2조7,948억원. 최근 1주일에 600억원 어치가 팔려나가는 추세를 감안하면 총 판매액은 이달 들어 허용한도를 이미 넘어선 데 이어 연말까지 3조1,000억원 수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사감위는 복권위가 발행한도를 어길 경우, 내년 발행한도 증액분을 삭감하거나 벌칙 차원의 분담금을 늘리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하지만 복권위는 사감위의 권고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복권 판매량을 줄이거나 끊을 경우, 당장 소비자들의 반발은 물론 1만8,000여 복권판매점의 생계에도 타격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복권위는 10월 말 전체회의에서 “인위적 중단은 부작용이 더 큰 만큼 판촉활동을 최대한 줄인 채 현행대로 계속 판매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국가기관의 권고를 또 다른 국가기관이 ‘어쩔 수 없다’며 무시하는 셈이다.
복권위는 한 발 더 나가 복권을 사행산업 분류에서 아예 제외하거나 매년 정하는 총량 설정 대상에서라도 빼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마, 카지노 등 다른 사행산업보다 중독성이 훨씬 낮고 수익금 대부분을 공익사업에 쓰는 특성을 인정해달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인위적으로 복권 발행량을 줄이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작용했다.
하지만 사감위의 생각은 다르다. 복권도 분명 사행성이 있는 만큼 국가의 지원과 규제가 병행돼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사감위 관계자는 “공익자금이 꼭 필요하면 세금으로 충당해야지 복권을 주로 사는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충당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향후 총량 설정 때 복권산업의 특성을 반영할 지는 검토할 수 있지만, 사행산업이나 총량설정 대상에서 빼달라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반박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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