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자금사정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대기업의 빚 부담이 지난해보다 커진 가운데 대출 연체비율은 4년11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0월 말 국내 은행의 대기업대출 연체율(하루 이상 원금연체 기준)은 1.36%로 전달보다 0.86%포인트 올랐다. 2006년 11월(1.6%)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중소기업 연체율(1.83%)도 전달보다 0.27%포인트 올라 전체 기업대출 연체율은 전달대비 0.4%포인트 오른 1.73%였다.
금감원은 “조선업과 건설업 및 부동산, 임대업 등의 부진과 분기말 결산 이후 연체비율이 상승하는 계절적 요인이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선박건조업의 연체비율(10.8%)은 9월에 비해 7.47%포인트 급증했다. 금감원은 조선업과 건설업 등 취약부문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고, 은행들이 연체 및 부실채권을 정리하도록 독려할 계획이다.
한편 상장회사들은 1,000원을 벌면 지난해(166원)보다 30원 많은 196원을 이자로 내고 있었다. 이날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612개사의 올해 3분기 누적 이자보상배율은 5.11배로 지난해 같은 기간(6.01배)보다 낮아졌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수치로, 높을수록 기업의 채무상환능력이 좋다는 걸 뜻한다.
기업의 이자부담 증가는 경기침체로 영업이익이 이자비용보다 더 많이 줄어든 탓이다. 올해 3분기 누적 이자비용(10조4,252억원)은 전년 동기보다 1.83% 줄었지만, 누적 영업이익(53조2,589억원)은 16.52% 급감했다.
번 돈보다 이자가 많아 이자보상배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하는 회사도 142곳(23.2%)이나 됐다. 이자부담이 없는 무차입회사 역시 23곳으로 지난해(47곳)보다 줄었다. 다만, 상장사들의 단기채무 지급능력을 뜻하는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은 작년 말보다 1.25%포인트 상승해 다소 나아졌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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