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쇄신 논의가 '디도스 악재'로 주춤하고 있다.
홍준표 대표 등 당 지도부는 4일 저녁 여의도 당사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고 공천 방식 등을 포함한 당 쇄신 방안에 대한 입장 조율에 나섰다. 그러나 최구식 의원의 9급 수행비서가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분산서비스거부(디도스) 공격으로 구속된 데 대한 당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요구가 빗발치면서 정작 쇄신 방안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 이후 속도를 내려던 쇄신 논의가 '돌발 악재'에 발목이 잡힌 셈이다.
홍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약식 간담회를 갖고 "긴급한 일이 생겨서 쇄신 논의를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날 회의에선 최고위원 대다수가 선관위에 대한 '디도스 공격' 파장에 우려를 표시하면서 대국민 사과와 함께 진상조사를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대표는 회의 초반 "최구식 의원 본인이 무관하다고 말하니 원칙적으로 쇄신 논의를 진행하는 게 맞지 않겠느냐"며 예정대로 쇄신 논의를 시작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유승민 남경필 최고위원 등이 "지금은 쇄신 논의를 할 때가 아니다"라고 반발하면서 쇄신 논의를 추후로 미뤘다는 후문이다.
유 최고위원은 "이번 사건에 대한 당의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고, 남 최고위원은 "당이 진상조사에 나서서 사과할 부분이 있으면 정식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대형 악재가 터진 상황에서 쇄신 방안을 놓고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좋지 않다"며 쇄신 논의 자체를 연기하자는 주장들도 나왔다.
이와 함께 '부자 증세' 도입 논의도 내부 갈등으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현재 당내 증세 논의는 홍 대표와 쇄신파 등이 추진하고 있는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 방안과 박근혜 전 대표 등 친박계 다수 의원이 주장하는 '근로소득과 자본소득에 대한 동시 과세' 방안으로 양분돼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당은 8일 부자 증세 논의를 위한 별도의 의총을 열기로 했다. 임해규 정책위부의장은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한편 10ㆍ26 서울시장 보선 패배 이후 미국에 체류했던 나경원 최고위원이 이날 새벽 귀국했지만 저녁에 열린 최고위원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나 최고위원은 금주 중 가까운 의원들과 만나 자신의 향후 거취를 논의한 뒤 연말쯤 공개 석상에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조원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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