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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정책, 단체들 눈치보다 볼 장 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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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정책, 단체들 눈치보다 볼 장 다 본다

입력
2011.12.04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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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는 도대체 어느 단체하고 협의를 해야 할지를 몰라서 일단 관련된 의료단체들과 모두 협의를 하고 일일이 문서에 도장을 받아오라고 하는 게 의무화됐을 정도입니다."

보건복지부 의료분쟁중재원 설립추진단 관계자는 최근 의료계의 반발에 부딪힌 의료분쟁조정법 시행령과 관련한 논란을 설명하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대한의사협회,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분만병원협회 등 관련 단체들이 많아 "어디가 협의 창구인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해단체들이 많은 의료계의 특성상 의료정책은 새로운 정책이 수립ㆍ정착 되기가 가장 어려운 영역 중 하나다. 정부는 의료계 등과의 협의를 통해 정책을 추진하는 것을 기본 방향으로 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의료계 내부에서도 이해관계가 얽혀 한쪽이 찬성하면, 한쪽이 반대하는 등 정책 추진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양상이다.

지난달 25일 대한의사협회, 대한산부인과개원의협의회,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분만병원협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분만 의료사고의 경우는 불가항력적인 사고라고 해도 정부와 의료기관이 절반씩 보상을 하도록 한 의료분쟁조정법 시행령 발표에 반발, "정부가 그대로 추진할 경우 분만거부 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의료분쟁조정법은 분만 의료사고의 경우 특별히 과실입증이 안돼도 보상하도록 했으며, 시행령에서 정부와 의료기관간의 보상 비율을 정하도록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해당 조항은 의료사고가 비교적 많아 소송비용 부담이 많았던 산부인과 의료계에서 먼저 제안했던 것"이라며 "법안이 통과될 때는 조용히 있다가 이제 와서 하위법령(시행령)을 가지고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탄식했다. 의료계는 막상 시행령에서 50대50의 보상 비율이 제시되자, "정부가 모두 보상해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그 사이 관련 단체의 집행부 면면이 바뀌더니 의견도 바뀌었다"며 "또 최근에 분만병원협회가 별도로 생겨서 '자신들과 상의하라'고 나오니 도대체 어디와 이야기를 하고 설득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기존 방안에서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지난 10월 처음 도입한 '전문병원 지정제'도 의료계 내부의 이해관계 때문에 꼬여가고 있다.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99개 병원들을 선정, 독점적으로 '전문병원'이라는 이름을 쓰도록 하는 것인데 지정되지 못한 병원들의 반발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한번 전문병원으로 선정되면 3년간 자격이 주어지는 규정과 관련, "3년간 기다라는 것은 너무 길기 때문에 신규지정은 1년마다 추가로 해야 한다"는 게 미지정 병원들의 요구다. 반면 이미 전문병원으로 지정된 병원들은 "1년마다 추가 전문병원들이 대거 등장하게 되면 전문병원으로서 혜택이 거의 없어지는 꼴"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요즘 정책의결 위원회에 참여하는 의료단체 대표들도 결정에 합의해 놓고 회원들이 반발하면 물러서는 등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고 결국 소송까지 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복지부가 '선택의원제(동네의원 만성질환관리제)'처럼 세심한 사전조사 없이 정책을 추진하는 경우까지 더해져, 사공이 많은 상당수 의료정책들이 산으로 올라가는 형국이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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