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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방송 겸영 폐해 그대로 드러낸 종편/ 신문과 선정·편파보도 주거니 받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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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방송 겸영 폐해 그대로 드러낸 종편/ 신문과 선정·편파보도 주거니 받거니…

입력
2011.12.04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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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경쟁력 강화를 통한 글로벌 미디어그룹 육성'과 '여론 다양성 제고'. 정부ㆍ여당이 숱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디어 관련법을 날치기로 통과시키고 이를 근거로 종합편성(종편)채널 사업자 선정을 강행하면서 내세운 명분이다.

그러나 1일 일제히 개국한 TV조선 JTBC 채널A MBN 등 종편 4사의 행보는 벌써부터 이 같은 명분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개국 첫날부터 각종 방송사고가 이어졌고, 재방ㆍ삼방 등으로 채운 부실한 편성에 시청자들은 '세상에 없던 한참 모자란 방송'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이런데도 이들 종편의 대주주인 조선ㆍ중앙ㆍ동아일보, 매일경제는 연일 자사 종편에 대한 자화자찬 기사를 대서특필하고, 선정ㆍ편파적 보도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여론을 왜곡하고 있다. 보수 신문들이 종편을 싹쓸이하면서 우려됐던 여론 독과점 심화 등 신문ㆍ방송 겸영의 폐해가 고스란히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0%대 시청률에도 "첫 눈에 반했어요"

시청률조사기관인 AGB닐슨미디어리서치와 TNms에 따르면 개국 첫날 종편 4사의 프로그램들은 각각 1개를 제외하고 모두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채널별 일일 평균 시청률도 0.3~0.6%대. 하지만 이들 신문은 2일자 1면 등에 "첫눈에 반했어요"(동아), "못 보던 TV가 왔다"(조선) "JTBC는 방송의 미래"(중앙) 등 낯 뜨거운 자화자찬을 쏟아냈다.

더구나 이들 신문은 자사 종편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방송사고나 서울 곳곳에서 벌어진 종편 반대 집회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을 하지 않았다.

조선과 중앙은 각각 자사 종편에 유리한 시청률 조사 결과를 인용해 서로 '1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청률조사 방법을 이해한다면 소수점 한자릿수 차이로 우열을 가리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현재 AGB닐슨과 TNms의 시청률 조사 대상은 각각 3,000가구 정도로, 1%는 30가구에 해당한다. 이중 단 세 가구만으로도 0.1%의 시청률 격차가 날 수 있다는 얘기다.

MB사저는 무시하더니 야쿠자는 대서특필

이들 신문은 자사 종편이 메인 뉴스에서 '특종'이라고 대대적으로 보도한 뉴스를 대부분 그대로 받아 썼다. 선정적 보도라는 비판이 쏟아진 뉴스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었다.

동아는 2일자 1면에 채널A가 1일 보도한 강호동의 일본 야쿠자 연루설을 '강호동, 1988년 부산 칠성파-일 야쿠자 회합 참석'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강호동 측은 "고등학생시절 은사를 따라 식사하러 갔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채널A는 2일에도 후속 보도를 했다. 급기야 동아는 3일자 신문에 '문 열자마자 연일 특종 행진'이라는 낯 뜨거운 제목 아래 "신문과 방송의 협업 결과"라고 한 술 더 뜬 보도를 내놓았다.

동아의 이 같은 종편 받아쓰기 보도는 지난달 자매지인 월간 신동아의 MB 사저 관련 특종 보도를 무시하다 며칠 뒤에야 다룬 것과 대조된다. 신동아는 김인종 전 청와대 경호처장을 단독 인터뷰해 "MB가 내곡동 사저를 직접 승인했다"고 보도했고 대부분의 신문들이 바로 이를 받았으나, 동아를 비롯한 종편 신문들은 당일 보도를 하지 않았다.

종편은 보수 논조 확대재생산 창구

종편들은 개국한지 나흘밖에 되지 않았으나, 뉴스 보도에서 이미 우려했던 대로 자사 신문들의 보수적 색채를 그대로 확대재생산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전국언론노조가 발족한 조중동방송 공동모니터단은 2일 모니터보고서에서 "'신문 논조의 방송화'가 가장 두드러진 건 TV조선이었다"고 비판했다. TV조선은 '최ㆍ박 시사토크쇼'에 출연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대해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듯한 아우라'자막 등으로 노골적인 '박근혜 띄우기'에 나섰다. 반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사회공헌활동 발표에 대해서는 1일 뉴스에서 "사회공헌의 참여 방법은 언급하지 않아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또 그리스 아르헨티나 등의 국가가 과도한 복지로 인해 경제가 어려워졌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내며 포퓰리즘 비판에 나섰다. 이는 얼마 전 조선일보에서 시리즈로 보도한 것과 다를 바 없는 내용이다.

반면 종편 4사는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수행비서 공모씨가 10ㆍ26 재보궐 선거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박원순 후보의 홈페이지를 분산서비스공격(DDoS)했다는 충격적 뉴스의 보도에는 소극적이었다. 대부분의 신문과 방송이 이를 1면과 메인 뉴스 머리기사로 다뤘지만, 종편 4사에서 메인 뉴스 첫 꼭지로 보도한 곳은 MBN뿐이었다. TV조선은 '벤츠 여검사 파일 입수'를 머리기사로 배치했고, 채널A도 이재오 전 특임장관 기사를 머리기사로 내보냈다. 특히 JTBC는 뉴스를 시작한 지 10분이 지나서야 선관위 관련 뉴스를 보도했다.

강상현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종편 4사의 대주주가 모두 여당과 친한 보수적인 매체들이다 보니 종편이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되거나 스스로 정치적으로 이용할 우려가 있었다"면서 "이 같은 우려가 적나라하게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특히 박 전 대표의 종편 4사 출연에 대해 "종편들이 정치적 지향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모양새로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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