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권주자인 피자업체 최고경영자 출신 허먼 케인이 선거운동 중단을 선언했다. 케인은 3일(현지시간) “선거운동을 잠정 중단한다”면서 “조만간 다른 후보를 공개 지지하겠다”고 말했다. 케인이 “플랜B를 통해 보수 가치에 대한 목소리를 계속 내겠다”고 했으나 언론은 그가 경선을 포기한 것으로 해석했다. 10월 30일 정치전문지 폴리티코가 전미요식업협회장 시절 여직원 성추행 의혹을 처음 보도한 이후 1개월여 만이다.
그가 1위 공화 주자에 오른 이후 잇단 성 추문에 휩싸이면서 선거운동본부는 지지율 하락과 지지자 이탈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이날 부인 글로리아와 함께 연단에 선 케인은 “(성 추문이) 아내와 가족, 미국인에게 상처를 입혔다”며 “추문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결과론이긴 하지만,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반대하는 공화당원들이 잠시 ‘정차한’ 후보라는 언론의 평가가 맞아 떨어졌다. 케인은 내주 미셸 바그먼 하원의원 또는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을 지지하는 선언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케인 낙마의 최대 수혜자는 깅리치 전 하원의장으로 분석됐다. 반면 롬니는, 그를 기피한 공화당원들이 점차 소수 후보에 집중하면서 피해자가 될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론 공화당 경선구도가 깅리치와 롬니의 2강과 나머지 5약 구도로 진행될 전망이다. 내년 1월 3일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깅리치가 승리하고 같은 달 10일 롬리 텃밭인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가 최대 격전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등의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같은 성 추문으로 한때 정치를 은퇴했던 깅리치가 케인 낙마의 수혜자가 되는 것은 공화당원들의 이중잣대 때문이라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트 조지 윌은 “공화당원들이 1980년 이래 어느 때보다 보수적이며 156년 대선 경선 사상 이념적으로 가장 동질적”이라고 지적했다.
깅리치는 하원의장 시절 르위스키 스캔들에 휘말린 빌 클린턴 대통령의 탄핵을 추진하면서 자신은 병상의 부인을 두고 비서와 바람을 피워 정치를 떠나야 했다. 깅리치에 대한 검증이 본격화하면 로비스트 등록 없이 로비로 재산을 축적한 의혹 등 비도덕성 때문에 도마에 오를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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