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누가 상상이라도 했겠습니까? 부산에서 서울까지 릴레이 마라톤 경기를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1955년 제1회 경부역전마라톤대회에 참가한 이상철(77)옹이 3일 오전 9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서울~임진각(53km) 구간 출발지점에 서서 감회에 젖었다.
이 옹은 당시 17세의 나이로 서울 숭문고 1학년 까까머리 학생이었다. 서울팀 일원으로 출전한 이 옹은 이후 10년 이상 경부역전마라톤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되기 15년 전이라 제대로 된 마라톤 코스가 없었다”며 “70%가 비포장 자갈길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특히 “제대로 된 운동화가 없어 자동차 타이어 고무를 잘라, 신발 밑바닥에 붙여 달렸다”며 껄껄 웃었다. 통과하는 주요지점마다 축제분위기가 연출됐다는 그는 “남대문~중앙청 구간에 이르러서는 구름관중이 운집해 인산인해를 이뤘다”며 “경부역전마라톤은 최고의 인기스포츠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당시 조동표(86)씨가 견습기자 신분으로 대회를 취재했다”고 털어놓았다. 조동표씨는 국내 제1호 스포츠 평론가로 여전히 현장기자로 활동 중이다.
전남육상경기연맹 강방원(83)회장도 뜨거운 노익장을 과시하며 23년째 경부역전마라톤에 명함을 내밀고 있다. 강 회장은 전남육상의 씨를 뿌리고 가꾼 육상계 최고 원로로 깊은 신망을 받고 있다. 그는 “육상인이라면 반드시 경부역전마라톤대회를 거쳐야 한다”며 “정부에서도 육상의 무형 문화재라는 인식하에 대회를 뒷받침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